정동영 - 문국현 마이웨이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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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 2위인 이들의 단일화는 이번 대선에 남은 마지막 변수나 다름없다. 2002년 대선 당시 범여권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합민주신당.창조한국당 후보가 각각 출마해 범여권 분열 구도 속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협상 결렬의 최대 걸림돌은 TV토론이었다. 중앙선관위가 6일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앙.지방 방송사들은 토론회 중계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문 후보는 당초 일곱 차례 안팎의 TV토론을 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무관한 자신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작정이었다. 이를 전제로 해 단일화 시한을 12일(당초 제시한 시한은 16일)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선관위 결정으로 TV토론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문 후보 측은 7일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태세다.

문 후보 측 김갑수 대변인은 "문 후보는 '오늘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토론회를 중계할 방송사가 나타나지 않으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일 오전 최종 결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대전 중앙시장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남은 것은 정 후보 스스로의 결단"이라며 "정 후보가 현 정부의 황태자로서 실정을 인정하고 백의종군한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사퇴해야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압박이다.

문 후보 측은 대선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 후보에게 양보하는 것보다 독자 노선을 가는 게 향후 정치 행보를 고려할 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그냥 후보 직을 양보할 경우, 이기면 몰라도 대선에서 지면 문 후보의 존재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계속 정치를 할지에 대해선 "정치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후보 직을) 헌납하지 왜 독자 출마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 측은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시민사회에 방법을 위임하자고 했던 문 후보가 TV토론을 이유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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