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환경을살리자>40.환경이냐 개발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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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난달 14일 환경처 자연정책과에 한통의 문서가 접수됐다.
발신인은 강원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장이었다.
「자연보전권역 지정 결사반대 결의문」이라는 제목의 문서는『강원도 일부지역을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할 경우 누구도 수습하기 어려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다소 「위협적」(?)인 내용이었다.
환경처의 자연보전권역 확대계획에 쐐기를 박자는 것이었다.환경처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경기도 일원에 국한됐던 자연보전권역을북한강과 남한강 상류지역으로 확대키로 하고 9월말부터 10월8일까지 편입대상 지역주민 설명회를 가졌다.
대상지역은 강원도 춘천.홍천.횡성.원주군 및 충북 음성.중원군 등이었다.
〈지도 참조〉 현재의 자연보전권역이 수도권에 한정돼 있어 경기도가평군의 경우 북한강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포함돼 있는반면 북한강 하류와 맞닿은 강원도춘천군지역은 제외되는 등 전체적으로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팔당호 상수원보호 측면도 고려됐다.그러자 춘천.홍천.횡성.원주군의회는 강원도의 전체 시.군의회에 협조요청을 하게됐고 이날 의장협의회 명의로 「결의문」을 띄운 것이다.
이와함께 권역지정에 포함될 충북음성군 주민들도 설명회에서『인접 경기도안성군의 권역제외지역보다 훨씬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보전권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각종 행위규제가 뒤따르는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되면 지역개 발이 불가능하다는 주민인식 때문이다.
강원도 시.군의회는 결의문에서 『춘천군은 그린벨트.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이미 전체면적의 44.4%가 규제지역이며 자연보전권역을 추가로 지정하면 호수 등을 포함해 99%가 개발제한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상황은 이미 보전권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가평.이천.안성군 등은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군의회를 통해 권역지정의 해제나 행위규제 완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환경보전」의 논리와 「지역개발」의 논리가 맞붙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는 자연보전권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생물의 종(種)다양성을 보존하고 확대하기 위한「자연생태계보호구역」지정 확대계획(10곳)도 주민반발에 부닥쳐 답보상태다.환경처가 92년 보호구역으로 지정키로 했던 서해안 유일의 철새 집단도래지인 강화도 남단지역은 군과 주민의 반대로 2년째 유예된 상태다.
세계적 희귀종인 노랑부리백로를 비롯해 매년 38종 3만여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강화도 남단의 개펄지역에 강화군은 매립개발계획을 추진중이고 주민들은 생활터전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때문이다.
또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충북영동군의 민주지산은 지난2월 보호구역 지정계획을 발표했으나 동신레저.한솔제지.세풍제지 등 임야를 소유.점유한 기업과 주민들의 반발로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었던 점봉산.
청옥산.백운산.울릉도.소흑산도.계방산.동대산.문섬 등 8개지역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형편이다.
〈표참조〉 이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신.개축 및 토지의 형질변경과 동.식물의 포획.채취가 금지되고,위반하면 2년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이하의 벌금을 물게되는 등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상수원보호구역도 마찬가지다.
***현 재 전국에는 3백69개소 1천1백49평방㎞의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돼 있다.
문제는 자연보전권역이나 생태계보호구역과 달리 구역내 주민의 이익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데서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가평.이천.여주.양평군 등 일원에 지정된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이들 지역주민은 팔당물을 마시지 않는반면 정작 팔당물의 혜택은 구역지정과 상관없는 서울.인천시 등에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서울사람들의 수돗물을 위해 왜 우리가 개발제한 등 피해를 보아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내년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이후 지역개발논리를 앞세워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처 남재우(南載祐)자연정책과장은『개발욕구와 환경보전이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해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필요하다』며『본격 지방자치시대가 되면 현재 추진중인 녹지보전지역 지정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 하고 있다.
개발과 환경은 시소의 양 끝단에 앉아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따라서 개발에 무게가 실리면 환경이 공중에 뜬다는 것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사정은「단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환경보호정책이 무역장벽을 넘기위한 것만은아니다. ***개 발이 눈앞의 이익이라면 환경보전은 장래의 거대한 이익인 것이다.게다가 한번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는데는 30년이상의 시간과 30배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국민 모두가염두에 둬야 한다.
지방화가 가속되면서 산수가 좋은 지역주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지역을 개발해 수입을 극대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홋카이도의 경우 4계절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이는 거대한 콘도나 호텔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스위스의 경우 국립공원은 단 한군데에 불과하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나라 전체가 세계공원이 돼있고 연간 대단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이 또한 개발을 통한 것이 아니다.
「자연 그대로」가 최상의 상품인 것이다.
환경정책연구소 신창현(申昌賢.42)소장은『무차별적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연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킬 수 있다면 그 지역은 당대에는 불편하겠지만 후손은 환경자원 덕에 크나큰 혜택을보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朴鍾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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