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김 기자회견 갑자기 취소,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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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41)씨의 누나 에리카 김(43.사진)이 6일 검찰의 BBK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했다 취소했다. 에리카 김은 전날 검찰 수사 발표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추가 증거자료를 공개하겠다"며 6일 오전 4시(현지시간 5일 오전 11시)에 반박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회견장인 윌셔플라자 호텔에는 예정시간 1시간20분 전 '이명박 후보 관련 기자회견을 취소합니다. 죄송합니다'는 김경준 가족 명의의 안내문이 붙었다. 이후 에리카 김과 부인 이보라(37)씨를 포함한 김경준씨 가족은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회견 취소는 검찰이 에리카 김을 김경준씨의 주가조작 및 횡령범죄의 공범으로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송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폭로회견을 할 경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의 수사를 뒤집을 만한 카드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에리카 김은 김경준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회유받았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가 4일 언론에 공개된 직후 "5일 기자회견에서 밝힐 내용이었는데 미리 흘러나갔다"고 말했다.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6일 입장을 밝히기로 했던 에리카 김이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에리카 김의 미국 LA 사무실 앞에 회견 취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전한 기자]

이와 관련,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는 이날 "에리카 김에 대해 보강수사를 거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뒤 미국 측에 송환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가 대표이사이던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이사로 있으면서 주가조작과 회사자금 319억원을 빼돌리는 데 가담한 혐의로 기소중지한 상태"라며 "당시 직원들을 불러 에리카 김의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수사에서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가 미국에 설립한 유령회사들의 주소지를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로 두고 현지에 계좌를 만들어 주가조작 자금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에리카 김은 미국 연방검찰에서 불법 자금세탁 및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돼 현재 변호사 자격을 반납한 상황이다.

에리카 김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는 추가 수사과정이 남아 내년 초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면 외교부를 거쳐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보내는 데도 1~2주가 걸린다. 미국 법무부가 우리 측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의 경우처럼 곧바로 구속돼 법원의 송환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는 미국 정부가 송환을 연기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리카 김이 동생처럼 법원에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면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송환이 지연돼 실제 송환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글=정효식 기자 , 사진=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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