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금정책 수정 불가피-勞總,임금지침 합의거부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全勞代)를 중심으로 한 재야노동세력의 제2노총건설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총이 17일 경총(經總)과의 임금협상 등「사회적 합의」를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노동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노총의 선언으로 노사대표간 합의방식에 의존해 오던 정부의 임금정책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내년도 노사간 임금교섭도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같은 사태는 표면상으로는 올해 노사정(勞.使.政)간의 사회적 합의내용 가운데 포함된 고용보험제의「30인이상 사업체 적용」원칙이 경제부처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빠진데 대한 노총의 반발이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노총과「우호적」관계를 유지해 왔던 노동부가 제2노총 건설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면에서 중립적 태도를 지킴에 따라,노총이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계 내부에서 비판의 표적이 돼 온 중앙노사간의 사회적 합의를 거부함으로써 노총이 처한 수세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93,94년 실시된 사회적 합의는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교섭비용과 노사분규를 줄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산업별.업종별 특성이 무시됐고 임금억제의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아 왔다.
노총은 정부와 재야노동계를 동시에 겨냥한 충격요법을 통해 고질적인 선명성 시비에서 벗어나고 조직이탈을 방지해 노동계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다목적 포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총은 17일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에서 공식제의한노동계 대통합과 사회개혁프로그램을 강도 있게 밀어붙일 것이지만13일 민주노총건설준비위를 발족시킨「전노대」측은 통합의사가 없어 우위확보를 위한 조직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 다.
정부투자.출연기관 등 1백29개 노조의 30만명을 독자적인 세력으로 결집한 공공부문노동조합대표자회의(公勞代)도 공기업 임금인상지침 철폐,노동3권확보 등을 투쟁목표로 밝히고 있어 내년도 노사관계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 다.
남재희(南載熙)노동부장관은 18일 노총의 사회적 합의 거부선언에 대해『임금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사 당사자간에 풀어야 할 것이므로 개입할 수 없지만 정부차원의 구상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임금교섭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부가 임금과노사관계의 안정을 위해 노동계의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업종별 임금합의제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검토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총과 전노대의 세력경쟁에서는▲노총의 자체개혁 추진강도▲전노대 지도부의 제2노총건설 방법 및 시기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현대그룹노조총연합(現總聯)등 대기업그룹노조들의 거취▲「공노대」의 행보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내년도 노사관계는 노동계의 갈등과 분열,그리고 임금교섭과정에서의 진통이 맞물려 있어 상당한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李夏慶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