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조기정리 은행들 現價방식 적용 관련기업도 호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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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빚을 미리 갚으면 깎아 준다』-.
5共 때 산업합리화 업체로 지정됐던 46개 기업들의 부실 채무를 조기에 터는 새로운 방안이 해당 기업과 당시의 주거래 은행간에 적극 추진되고 있다.
80년대 중반「타율(他律)부실 정리」에 의해 억지로 잡아 늘려졌던 채무 상환기간을 이번에는 은행들 스스로 앞당기는 대신 상환액을 현가(現價)개념으로 계산해 줄여주는「자율(自律)부실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예를 들면 앞으로 1 5년에 걸쳐갚을 빚 3천억원을 지금 당장 상환하면 1천억원(현가 기준)으로 줄여준다는 식이다.
이같은 조기(早期)부실 정리가 가능해진 것은 지난 9월 한양부실정리를 위해 열렸던 산업정책심위회에서 정부가 이같은 조기정리를 통해 기업 장부상 생기는 특별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지않기로 했기 때문이다.종전에는 만일 3천억원의 빚을 오늘 1천억원에 털고 나면 그 차액인 2천억원이 특별이익으로 잡혀 세금을 물어야 했다.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부실정리의 대상이되고 있는 기업은 한일그룹이 인수했던 국제상사의 무역부문,극동건설로 주인이 바뀐 국제상사 건 설부문,쌍용이 인수한 남광토건,한진이 인수한 대한선주,포철이 사간 정우석탄등 경영진이 바뀐5~6개 회사들과 진흥건설.라이프주택등 주인이 그대로인 대형 해외건설사등 모두 8~9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진흥기업,한일은행-삼익건설,서울신탁은행-라이프주택,외환은행-한진,상업은행-쌍용.극동건설.포철등 부실 정리 당시의 주거래 은행들과 기업들은 당시의 대형 부실을 가급적 일시 또는 조기에 상환하는 방안을 올 연말까지 매듭짓는다는방침아래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은행들이 이처럼 부실채권의 조기정리에 적극적인 것은 최근 은행감독원이 은행경영정상화를 위해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대손충담금을 더 쌓느니 차라리 받을 돈 규모를 줄여서라도 부실채권 규모를 빨리 줄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아래 은행들이 우선5共 산업합리화 대상 기업중 조기 상환이 가능한 기업들의 부실채권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기업들도 이같은 은행측 제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빚을 앞당겨 갚는 것이 과연 유리한가를 따져봐야 하나,새로운 방식에 따라 부채를 조기상환할 경우 기업에도 세제상 혜택이 있는데다 차제에 부실기업이란 딱지를 떼고 새출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 이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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