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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 항만물류업 도약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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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소식에 온 국민이 들떠 있다. 박람회 개최로 10조300억원의 생산과 4조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9만여 명의 고용이 유발된다니 그야말로 국가 경제에 큰 경사가 났다. 특히 항만물류 업계는 여수 엑스포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다.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항만물류업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 물량을 보면 부산항이 세계 5위 항만이었을 뿐 30위권에 드는 항만이 더는 없다.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이 1, 2위를 다투고 있고 중국도 무려 8개 항이 30대 항만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가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동안 정부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실현을 위해 국내 항만물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 업계도 지속적인 항만 현대화와 기계화를 추진해 국제 경쟁력을 높여 왔으나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실정이다. 자칫 잘못하면 항만물류업 역시 선진국의 우수한 인프라와 중국의 추격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항만물류 업계는 여수 엑스포가 이런 샌드위치 상황을 탈피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여수 엑스포를 계기로 여수 인근 광양항을 세계 10대 항만으로 만들자고 정부와 항만물류 업계 관계자들에게 감히 제안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부산항과 함께 연계해 세계 물류시장을 주도하는 한반도 벨트가 구성되고, 항만 효율도 두 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1987년부터 광양항을 세계적인 컨테이너 부두로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 인지도가 낮고 자체 물동량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제물류 거점 항만으로서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광양항을 세계적인 항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민관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광양항이 물동량을 창출하는 자생력 있는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배후 물류단지를 확충하고 물류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항만물류 업계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수 세계박람회는 해양과학 기술은 물론 최첨단 항만물류 산업의 잔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여수 엑스포가 물류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생산 유발효과 2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1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세계적 항만물류 기술과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줄 좋은 기회다. 이 기회에 세계적인 기업들과 물류 네트워크를 맺어 물류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 다시 한 번 여수 박람회가 성공적인 행사가 되길 기원한다.

이국동 한국항만물류협회장·대한통운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