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U턴’ 금리 치솟자 펀드서 은행으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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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금융시장에 ‘역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에서 투자 쪽으로 돈이 빠져 나왔던 게 ‘머니무브’라면 최근 금융시장에선 역으로 증권시장과 펀드에서 돈이 빠져 은행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는 반면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5%대 초반에 불과하던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5일 6%까지 치솟았다. 반면 지난달 초 2000포인트대였던 코스피지수는 1900대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은행들은 고금리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연말까지 1000만원 이상 가입하면 6.1%의 금리를 주는 특판예금을 판매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3일 연 13% 안팎의 수익이 가능한 파생복합예금을 내놨다.

5일 증권전산과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이후 은행권의 실세 총예금(정기예금+요구불예금)은 10조7000억원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는 3조원 이상 적은 7조6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영증권의 이승우 선임연구원은 “펀드 열풍이 불면서 5월 이후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돈이 은행 예금보다 많았지만, 최근 다시 은행 쪽으로 돈이 더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돈의 흐름이 ‘예금에서 펀드→은행 자금부족→금융채 발행 증가→금리인상(+증시 조정)→펀드에서 예금’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영증권은 ‘역 머니 무브’ 현상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도 펀드투자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되고 있는 데다, 한국 가계의 자산구조가 장기적으로 미국식의 형태를 좇아 연금의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강문성 연구원도 “시중금리가 6%대로 굳어지지 않는다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은행권으로 빠르게 돌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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