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은 싫어-농림수산부.보사부 서로 우리소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콩나물은 재배식품인가,아니면 제조물인가.」 지난 7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총리실에서는 콩나물의 정체(?)를 가리기 위해건설.보사.농림수산.재무부등의 실무과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지한(?)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한채 더 협의해보자는 선에서 끝났다.콩나물이 재배식품이면 어떻고,제조물이면 무슨 상관이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소비자들로선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관계 부처들의 무성의한 태도때문에 소비자들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콩나물을 먹을 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콩나물 논란이 빚어진 것은 최근 두채(豆菜)협회에서 건설부에『오염 때문에 도심에서 수돗물로 콩나물을 기르기가 어려우니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안에서 깨끗한 물로 기를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부터다.
현재 콩나물 제조사업자는 어정쩡하게 「기타 제조업자」로 분류돼 그린벨트안에서의 제조(아니면 재배)가 허용되지 않고 있으나,버섯은 「재배 식품」으로 분류돼 그린벨트안의 재배가 허용되고있다. 소관부처인 건설부가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콩나물이 채소와 마찬가지로 「재배식품」으로 분류되면 협회의 요청을 허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농림수산부가 나섰다.
농림수산부는 어떤 식품을 재배한다고 할 때는 광합성(탄소동화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콩나물의 경우 그렇지 않고 물로만 기르기 때문에 농작물 재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보건사회부도 나섰다.비록 광합성 작용은 없지만 콩을 변형시켜 나오는 1차 가공농산물로 봐야 하는 만큼 당연히 재배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부처이기주의에 따라 서로 업무를 맡으려고 하는데 콩나물의 경우 이처럼 서로 밀어놓고 있는 것은 콩나물 제조업체가 비교적 영세하다보니 유통과정에서 위생문제가 생기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콩나물 제조업체수는 모두 2천6백여개로 시장 규모는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朴義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