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 줄줄이 내려…'低금리' 오래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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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는 금리가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연초의 예상과 달리 시중 실세금리가 떨어지자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저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더 지속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리 하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4분기 기업과 은행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발행 물량을 갑자기 늘리면서 부풀어 오른 시중 실세금리의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잇따른 예금 금리 인하=국민은행은 올 들어 지점장이 결정할 수 있는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상한선을 0.4%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4.8%까지 올렸던 정기예금 전결금리를 지난달 4.4~4.5%로 낮춘 바 있다. 하나은행은 17일부터 특별 판매하는 정기예금 금리를 4.65%로 종전 상품보다 0.05%포인트 인하했다. 이 밖에 제일은행도 4.6%로 0.1%포인트 낮췄고 우리.한미은행도 금명간 전결금리를 낮출 계획이다.

창구에서 접하는 예금 금리는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고시금리에 지점장이 고객에 따라 덤으로 얹어주는 전결금리가 더해져 있다. 이번에 각 은행이 낮춘 것은 고시금리가 아니라 지점장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전결금리다. 그러나 대부분 지점장은 고객에게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전결금리 상한선까지 예금 금리를 주기 때문에 지점장 전결금리 인하는 사실상 예금 금리 인하와 똑같은 효과가 있다.

◇금리 왜 낮추나=무엇보다 CD 유통수익률 하락으로 대출 금리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은행들은 대출해 주면서 금리를 거의 대부분 CD 유통수익률에 연동시켰다. CD 유통수익률의 등락에 따라 대출금리도 움직인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4.36%까지 올랐던 CD 유통수익률은 16일 4.07%로 떨어져 4%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

CD 유통수익률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지난해 4분기 채권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졌던 CD 발행물량이 올 들어 갑자기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더 떨어질까=제일은행 박정일 수신상품팀장은 "국내 경제 여건에 큰 변화가 없는 와중에 금리가 급등했다 떨어진 것은 채권시장의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바 크다"며 "수급을 교란시킨 요인이 사라진 만큼 당분간 금리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지난해 말 과도하게 올랐던 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경기 과열을 우려해 금리를 조기에 올릴 경우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커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완만한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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