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方 經協의 올바른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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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까지 우리 외교는 주변 강대국을 상대로 국가 안보(安保)문제를 중심으로 노력과 관심의 대부분을 집중해 왔다.그런 우리외교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지도자들과 만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순방(巡訪)외교 결과다.
60명이 넘는 경제계 인사들이 동행한 정부대표단의 성격도 그랬지만 두나라 지도자들과 논의하고 약속한 내용들도 거의가 경제중심이었다.그것도 모두 우리의 적극적인 투자와 통신.건설 분야등에 진출을 바라는 상대방의 희망이 주류였다.북핵 (北核)문제라든가 안보문제등 정치성 짙은 논의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金대통령이 두나라를 방문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외교방향은 올바르게 설정됐다고 본다.한반도(韓半島)를 중심으로 한안보문제에 치중돼온 외교를 다각화(多角化).다변화(多邊化)하는측면이나,이들 나라를 비롯한 주변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으로 보아우리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칫 우리가 소홀히 하고 너무 쉽게 생각한 점은 없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이들이 한발 늦은 개도국(開途國)이라는 관념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우세한 입장에서 진출할 수 있다는 자만심 같은 것은 없었나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관념에서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과 무진장한 자원을 이용할수 있다는 측면만 본다면 잘못이다.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남(南)아시아 국가들이 이 시점에서 우리보다 한발 뒤져있음은 사실이다.그러나 모두가 우리처럼 고유문화를 가진 자부심 강한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들이다.
더구나 이 지역은 이미 발판을 굳힌 일본(日本)을 비롯해 미국(美國), 화교(華僑)를 앞세운 중국(中國)과 치열한 경쟁을벌여야 할 지역이다.
따라서 우리와의 경제 교류가 일방적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補完的)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와 기업은 연구하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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