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측 "사기꾼과 특정 언론의 정치 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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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BBK 사건 수사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오후 시사주간지 '시사IN'이 홈페이지에 "검찰이 김경준씨에게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진술을 못하도록 회유했다"는 내용의 '김씨 메모'을 띄우자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했다.

가뜩이나 검찰이 BBK 사건과 이명박 후보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가 퍼지는 것에 불만을 품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은 펄펄 뛰었다.

정동영 후보 측은 "편파수사의 마각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긴급 선대위원장 회의에서 정대철 공동선대위원장은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비호하기 위해 한 사람의 형량을 갖고 농락했다면 과거 군사독재시절처럼 권력의 시녀가 되고 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후보 측은 5일 유세 일정도 전면 취소했다. 또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명동과 광화문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도 열기로 했다.

이회창 후보도 "사실이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했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한국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많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김씨 진술로 미뤄 볼 때 여기엔 엄청난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후보 측 역시 유세를 중단키로 했으며 '김씨 메모'가 사실일 경우 범국민 저항운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문제의 보도를 일축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검찰 수사 발표를 앞두고, 잡지사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지면도 아닌 회사 사이트에 서둘러 기사를 내보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기꾼 김경준과 그의 가족.신당.특정 언론의 합작에 의한 정치공작이 아닌지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도 "이 보도를 한 사람은 2002년에도 기양건설 10억원 수수 허위보도로 1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며 보도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권 공방에 대해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정치권이 대선에서 BBK 사건에 매달려 왔다"며 "검찰이 밝힌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적 공방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의 반응도 엇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BBK 사건을 지지율 반등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진영에선 BBK 불씨를 계속 가져가려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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