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지,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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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수많은 올리브 나무들이 장관을 이룬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장. [사진=조도연 기자]

올리브 오일 하면 흔히 샐러드에 뿌려 먹는 기름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피부와 머리카락에 직접 발라도 기능성 화장품 못지 않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적게는 55%에서 많게는 85%까지, 올리브유에 함유된 올레익산(oleic acid)의 탁월한 정화작용과 보습작용 덕분이다.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익산은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만 걱정이 없음은 물론이다.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한다고 알려진 폴리페놀도 함유돼 ‘버릴 것 없는 기름’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올리브 오일의 장점을 주목해 국내·외 화장품 업체도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노화방지 제품, 샴프·컨디셔너 등 헤어 제품, 스킨로션 등이다.

하지만 굳이 전문제품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 주부라면 요리용으로 한두 병쯤 갖고 있는 올리브 오일. 집에 있는 것을 그대로 피부에 발라도 된다. 세계 최대의 올리브 산지인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찾아가 그곳의 ‘올리브 예찬론’을 들어봤다.

#가도 가도 끝없는 올리브 천국
 
끝없이 펼쳐지는 올리브 나무의 행렬. 나무들이 행과 열을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다. 그 넓은 대지에 잡초 하나 없다. 말 그대로 장관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할 때도 절인 올리브 열매가 제공될 정도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김치와 비슷한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행사 ‘유로자전거나라’ 서동원 스페인 지점장의 설명을 들으니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원하면 언제든지 정부로부터 땅을 빌려 올리브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다만 날씨가 건조해 화재가 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불이 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도록 나무 사이 간격이 엄격히 정해져 있지요. ”

유엔 식량농업국(FAO)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터키 등 지중해 연안국에서 전세계 올리브의 95%가 생산된다. 그 중 30%가 스페인에서 나온다. 2위 이탈리아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스페인에만 300여 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있고, 그 중 안달루시아 지방이 최고 생산량을 자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올리브 오일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되는 검은색 올리브에서 추출된다. 푸른색 올리브 열매는 통째로 먹고, 좀더 익은 검은색 올리브에서 기름을 짜낸다. 검은색 올리브가 기름 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촉촉한 얼굴, 매끈한 손발
 

그라나다의 올리브 농장주 중 한 명인 미구엘 프란시스코(70). 현재 400여 그루의 올리브 나무를 재배 중인 그는 “올리브는 척박한 이 땅에 내린 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여름철에 무척 건조합니다. 이 곳 주민들은 일하러 나갈 때 얼굴에 올리브 오일을 바릅니다. 특히 마르기 쉬운 입술에 바르면 보습효과가 그만이지요.”

그는 로션이나 크림 같은 화장품을 따로 쓰지 않는다. 그의 아내도 이제껏 바디 로션을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샤워 후에 올리브 오일을 온 몸에 발라주면 되니깐요.”
 
올리브 오일은 굳은살 제거에도 좋단다. “밭일을 하다 보면 손바닥과 발바닥에 금세 굳은 살이 생깁니다. 올리브 오일을 발라주면 늘 피부가 매끈합니다.”

설마, 싶었던 생각은 악수를 하기 위해 그의 손을 맞잡자 이내 사라졌다. 그의 손은 농부의 손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프란시스코의 아들인 엘리시오(38)가 거들고 나섰다. 엘리시오도 아버지를 도와 농장 일을 한다.

“강렬한 태양 탓에 이곳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쉽게 상합니다. 푸석푸석해지고 갈라지기 쉽지요. 머리를 감은 후 머리카락에 올리브 오일을 얇게 발라 주면 윤기가 흐릅니다.”
 
올리브 오일은 상처 치료에도 유용하다. “생채기가 났을 때 올리브 오일을 살짝 발라주면 흉터가 잘 지지 않습니다. 모기에 물렸거나 벌에 쏘여 피부가 부어 오르고 가려울 때도 오일을 바르면 가라앉습니다.”

그라나다(스페인) =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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