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게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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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기도 일산 주엽어린이도서관. 20여 명의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단체견학을 온 근처 백석동 한솔유치원 원생들. 아이들은 책을 들여다보다 이내 옆 친구와 딴청을 했다. 바닥에 눕거나, 데굴데굴 굴렀다. 책을 놀잇감 삼아 요리조리 돌려보기도 했다. 마치 놀이터에 온 것 같았다.

어린이 전문도서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는 올 들어 관립 도서관만 4곳이 생겼다. 전국에 사립과 공립을 통틀어 120곳이 넘는 어린이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2000년 이전엔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이 유일한 공공 어린이도서관이었다.

어린이도서관은 늘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어린이도서관 ‘웃는책(www.gigglingbook.net)’ 관장인 시인 겸 동화작가 김소연(40·사진)씨는 “정보가 없거나 ‘공부만 했던 곳’이라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도서관과 멀어진 부모들이 있다”며 “잘 이용하면 어린이도서관이 아이들을 위한 ‘지식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씨를 만나 어린이도서관 활용법에 대해 들어봤다.

◆재미를 들이게 해라=김씨는 "처음 도서관에 간 아이는 낯선 환경에 어색해 한다”며 “빨리 재미를 들이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제안한 것은 ‘책 찾기 게임’. 예를 들면 ‘이순신’이란 주제로 책을 찾게 한 뒤 ‘임진왜란’ ‘왜군’ 등 관련 내용을 연결시키는 식이다. 김씨는 "게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며 "하나의 내용으로 여러 개의 지식을 체득할 수 있게 돼 ‘생각의 그물’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재미를 들이는 방법’에 대해 김씨는 "또래 친구와 같이 다니게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친구가 생기면 커뮤니티가 생성돼 심심함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김씨는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게 하면 좋다”고 말했다. 책을 보다 벤 채 잠도 자고, ‘레고’처럼 쌓기 놀이도 하다 보면 어느새 책과 친해진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라=김씨는 “도서관에 갈 땐 아이를 혼자 보내지 말고 같이 가야 한다”며 “아이와 같이 책을 읽으면 독서 효과가 배가된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시간 같은 때를 이용해 책 내용에 대해 같이 얘기하다 보면 아이가 엄마와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김씨는 “‘도서관 갔다오면 엄마가 나랑 많이 얘기해주는구나. 또 가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같이 서점에 가서 책을 사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같이 책을 고르다 보면 아이가 원하는 책을 파악할 수 있어 올바른 독서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급적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사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협’은 금물이다. 김씨는 “예를 들어 아이는 만화책, 엄마는 역사책 이런 식으로 부딪치면 차라리 둘 다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만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면 아이는 원하는 쪽으로 엄마를 유도하는 습관만 들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8년간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며 독서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김씨는 부모들에게 ‘지속성’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말고 책을 끝까지 읽어줘야 한다”며 “아이의 독서친구가 되어야 바른 독서의 틀을 잡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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