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본, 삼성증권 사흘간 고강도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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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3일 동안 삼성증권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삼성증권 본사 모습. [사진=김형수 기자]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검찰 특본)는 2일 삼성증권 전산센터를 사흘간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3일 오전까지 진행된다. 근래 보기 드문 고강도 수색이다.

앞서 검찰 특본은 삼성증권 본사 임직원 사무실과 삼성SDS 이데이터센터는 1일 밤늦게까지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길어진 이유는 우선 확보해야 할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검찰 특본 김수남 차장검사는 2일 "압수수색 대상이 4.8테라바이트(TB:1TB는 1024기가바이트)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살펴봐야 할 정보가 일반 컴퓨터 50대에 저장된 정도"라고 덧붙였다. 4.8TB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가 소장된 것으로 꼽히는 미국 의회도서관 정보량(20TB)의 4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압수 현장에서 수사에 필요한 정보만 골라 내려받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원인이다.

검찰이 압수한 자료는 수사에 필요한 핵심 정보만 선별해 내려받거나 현장에서 문서로 출력한 것이다.

삼성증권에서 관리하는 일반 고객의 모든 거래내역까지 압수할 경우 '싹쓸이 수색'이라고 비난 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검찰은 삼성증권에서 압수한 자료에서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자금 흐름을 찾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팀이 (비자금에 대한) 상당한 단서를 확보하고 수색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에 앞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과 각종 첩보를 종합해 치밀한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본은 김 변호사로부터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삼성 임직원 20여 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김 변호사가 제시한 명단에 들어있는 임직원의 삼성증권 계좌를 파악한 뒤 자금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갔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 특본은 삼성증권 계좌가 발견된 임원의 거래 내역과 함께 이에 대한 백업 파일까지 확보했다. 삼성SDS 이데이터센터에 보관된 백업 파일은 삼성그룹 측이 증거 인멸을 위해 원본 데이터를 지웠을 경우에 대비해 찾아놓은 것이다.

검찰 특본은 또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삼성 상층부의 지시 사항과 조치 내용이 담긴 통신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임원의 사내 e-메일이나 메신저는 전산센터 데이터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내용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 특본은 4일 특검법이 발효되더라도 압수물에 대한 정리와 내용 파악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김승현.박유미 기자

◆테라바이트(TB)= 컴퓨터 칩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의 단위. 1TB는 1024기가바이트다. 검찰이 삼성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4.8TB 분량의 자료는 영화 파일 2400개, MP3 음악파일 1만2320곡 정도가 저장된 정보량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 황우석 사건에서 사상 최대 분량인 11TB의 데이터를 분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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