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민 차병원 소장 "줄기세포로 혈관 재생 … 세계 첫 생체실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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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황우석 교수 사태 직후 외국 저널에 신청한 줄기세포 관련 논문은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논문 제출 후 며칠 내 통보가 왔으니 보지도 않았다는 거죠. 올해 SCI에 게재된 논문 18편에는 지난해 거부당한 10편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서큐레이션(순환)’ 11월 20일자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혈관세포 치료기술’을 발표한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정형민(사진)소장의 말이다.

 “심사위원들은 논문 한 편 채택할 때마다 갖가지 실험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이번 논문의 경우엔 무려 32가지 자료를 추가하라고 했죠. 그중엔 혈관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혈구세포가 혈관 속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확인해 달라는 것도 있었어요.”

 그가 개발한 기술은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혈관세포를 만드는 것. 망가진 혈관에 줄기세포를 넣어 재생시키는 것이다. 대상은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 버거병, 당뇨 족부궤양으로 고생하는 환자다.

그의 세포재생술은 종래 기술과 접근방법부터 다르다. 혈관세포로 분화할 세포만을 엄선해 고순도로 농축한 뒤 이를 순수 분리해 대량 증폭하는 것.

 “지금까진 세포의 분화를 유도하는 물질을 첨가하거나 유전자를 조작했지요. 때문에 암과 같은 엉뚱한 세포로 자랄 가능성이 높았고,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정도로 효과가 불분명했어요. 하지만 이번 기술은 테라토마(기형종) 부작용 없이 혈관세포만을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효과는 연구팀도 놀랄 정도였다.

 

쥐의 왼쪽 다리를 괴사시킨 뒤 혈관세포를 이식한 결과, 완전히 재생된 모습(右). 왼쪽은 배양액을 주입한 대조군으로 결국 다리를 절단했다.

“쥐의 다리를 괴사시켜 허혈상태를 만든 뒤 혈관재생 세포를 넣었습니다. 2∼4주 후 완전히 혈관이 재생된 것을 확인했죠. 반면 일반 배양액을 이식한 동물은 다리가 썩어 절단했습니다. 그것도 단 1회 세포이식만으로 혈관 재생을 유도했지요.” 이렇게 생체실험으로 유효성을 입증한 사례는 세계 최초. 이 기술과 관련해 이미 세 건의 국내·외 특허를 받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 황 교수 사태 이후 우리나라 연구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미국 등 선진의학은 엄청난 투자를 쏟아 부어 정 소장을 불안하게 한다.

 “미국에선 내년에 두 건의 임상이 이뤄집니다. 하나는 목뼈 3·4·5번 손상환자, 다른 하나는 실명 원인인 황반변성 환자를 위한 세포치료입니다. 저희 연구도 식약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으니 2009년 말께는 임상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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