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준공된 부산.경남 잇는 구포교 생애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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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제때인 32년 준공돼 낙동강을 굽어 보며 부산과 경남김해를이어주던 구포교가 교량으로서 62년 생애를 마감한다.
일본 건설업체 鹿島組가 시공을 맡아 1930년부터 3년간의 역사 끝에 완공한 이 다리는 지금은 토목교과서에서나 만날 수 있는 舊공법인 「플레이트 거더 겔마톤 공법」으로 건설됐다.
그러나 당시 하루 통행량이 10대 안팎의 차량에다 달구지 몇대 정도에 불과했는데도 50년 후의 통행량을 고려해 설계하중이9t으로 설계됐고 아직도 하루 5만대의 통행 차량을 거뜬히 소화할 만큼 견고해 15년만에 내려앉은 서울 성수대 교의 초라한몰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길이 1천6백m,차도 6.8m를 포함한 폭 9.8m의 구포교는 당시만 해도 전국서 가장 길다는 이유로 구포장교(龜浦長橋)로 명명됐던 낙동강의 명물.
그러나 지난 90년 착공된 구포대교가 내년 5월 완공되면 인도교나 풍물거리로 전용되거나 아예 철거될 운명이다.관할 북구청은 풍물거리를 조성,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중인데 구포교를 특산물 판매장 내지 5일장이 열리는 장터로 개조하고 일부 공간은 관망대 등 휴식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안전문제가 있다고 판단,인도교로의 활용을 신중히 고려중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구포대교 시공사인 삼성건설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낡고 초라해 보이지만 아직도 소형차량의 운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이라며 『공사현장에서 구포교를 바라보면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옛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말했다. [釜山=姜眞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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