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회사인간 'NO' 인간회사 'YE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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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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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본과 관련된 신문기사에 재미난 내용이 실렸다. 그것은 바로 대부분의 일본 직장인이 회사인간(會社人間)으로 돼 간다는 것이었다. 회사인간이란 하루 24시간을 오직 회사만을 생각하며 회사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직장인들을 말하는 것으로, 많은 직장인이 회사인간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리라.

특히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과 실직에서 살아남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회사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쟁사회에서 이긴 승자로서의 기쁨보다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처럼 회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와 기업에서 도태돼 버린다는 불안감 속에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고자 하는 직장인-회사인간!

하지만 인간회사(人間會社)라는 단어는 그 뜻이 사뭇 다르다. 이것은 회사가 인간, 즉 회사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회사인간이 인간을 기업체라는 조직 속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비유한다면 인간회사에서의 회사는 인간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표현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회사인간도 많고 인간회사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는 회사인간이 많은 시기였다. 경제대국 건설과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오직 일만 생각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는 노동운동, 근로자 권익 쟁취 등 근로자들을 위한 각종 운동의 전개로 근로조건 개선과 근로자 복지 증진을 위한 인간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90년대 들어서면서 그 추세는 날로 증가하는 듯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역행해 인간회사보다는 회사인간의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으니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필자도 현재 수십명의 직원을 책임지고 있다. 나도 인간적인 회사를 꿈꾸며 그렇게 경영하려 하지만 그보다는 경영자적 입장에서 먼저 직원들이 회사인간이 돼 주길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직원들 입장은 그렇지 못하다. 직원들은 먼저 회사가 인간회사가 돼 주길 바란다.

직원들은 회사 입장에서, 회사는 직원들 입장에서 서로 조금씩 생각해 준다면 가장 이상적인 회사 조직이 될 것인데, 그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결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 그런 인간회사를 위해 조금만 마음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순원 (주)보보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