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끝난 보복살인범 김경록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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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숨어있다」「자살했다」「또 한차례 범행을 저지를 것이다」-.
온갖 추측을 불러 일으켰던 법정 증인가족 살해사건 범인 김경록(金京錄.26)이 사건발생 27일만에 목을 맨 변시체로 발견됨에 따라 이 사건수사는 일단락됐으나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많은허점을 노출시켰다.
사건발생 직후 늑장출동으로 범인을 놓쳐 비난을 받았던 경찰은엉성한 초동수사,뒷북치는 추적,형식적인 수색등으로 끝내 범인검거에 실패했고 金의 변시체 또한 주민신고로 찾아냈다.
○…金의 시체는 해발 2백m 야산 9부 능선에서 발견됐으나 숲이 우거지고 가파라 경찰이 접근하는데 애를 먹었다.
얼굴부분과 오른쪽 어깨부분이 심하게 부패돼 있었으나 다른 부위는 쌀쌀한 날씨탓인지 대부분 온전한 상태였다.
○…金은 세명의 누나와 형.친구등에게 편지지에 검정색 볼펜으로 쓴 7통의 유서를 남겼는데 법정증인 金滿宰씨를 죽이지 못한것이 원통하다고 썼다.
金의 유서는 받치고 쓴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받침에 끼워져있었는데 한결같이『증인 金씨를 죽이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생각한다.죽어서라도 金씨를 저주하겠다』고 써놓아 죽는 순간까지金씨에 대한 적개심을 버리지 못했음을 드러냈 다.
○…가죽점퍼에 파란색 티셔츠 차림으로 자살한 金은 신고 있던운동화를 비롯해 모든 옷이 깨끗해 도피도중 새로 구입한 것으로보였다. 점퍼 안주머니에서 나온 지갑에는 1만원권 지폐 한장과金의 명의로 된 신용 및 현금카드 3장,애인 宋모씨의 사진 한장이 들어 있었으며 宋씨의 신용카드 2장과 레이디카드도 발견됐다. ○…경찰은 당초부터 金이 성남권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확신하고 연인원 30만명을 동원해 성남.광주.용인 일대 야산을 샅샅이 뒤졌으나 범인을 찾는데 실패,수사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은 지난달 17일 용인군수지면 한 주민의 제보를 받고 범인이 목을 맨 일명 꽃지산도 수색했으나 그냥 지나쳐 형식적인 수색을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金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뻔했던 용인 군 한 주민의 제보로 시작된 수색이 실패로 끝나자 경찰은 신고자의 정신상태가 이상하다는등 수색보다 수사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인상을주었다. ○…경찰은 사건발생직후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도 늑장을부려 범인을 놓친 뒤 뒷북수사로 제2범행도 막지 못한 채 그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경찰은 수사가 공전을 거듭하자 범인 金의 친인척(24명)친구(8명)교도소동기(30명)옛애인(8명)등 2백90여명에 대해 가택수색등을 실시,일부에선 지나친 인권침해라는 지적도 있었다.
〈鄭燦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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