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150㎏ 거구들의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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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 공연이 14, 15일 광복 이후 처음 서울에서 열렸다.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하고 양국간 문화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한.일 의원연맹이 후원한 행사였다. 장충체육관에는 이틀 내 7천명씩의 관중이 찾았다. 경기장 바닥 쪽의 1천4백개 다마리석(15만원짜리 특석)은 주로 서울 주재 일본인들이 메웠다.

15일 경기에서는 한국 씨름선수 출신 김성택이 8강까지 진출해 한국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김성택은 첫날도 1차전을 이긴 뒤 2차전에서 요코즈나인 몽골 출신 아사쇼루(朝靑龍)와 맞붙었으나 장외로 떼밀려 패했다. 첫날은 아사쇼류가, 둘째 날은 1부 리그 최하위 등급인 마에가시라의 아사세키류가 우승했다. 이어 두 우승자끼리 맞붙는 최종 결승전에서 아사쇼루가 이겨 체면을 지켰다. 두 우승자에게는 재일 한국계 기업 (주)영성이 내놓은 1년치 막걸리와 김치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본 주오(中央)대 한국동창회원 40여명은 첫날 경기장에 나와 '일본 스모선수단 환영'이란 플래카드를 들고 뜨겁게 응원했다. 주오대 회계학과 김석은(27)씨는 "언제까지 피해의식 속에서 살 것인가. 스모도 일본의 대표적 문화의 하나임을 인식하고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씨름연맹의 홍윤표 사무총장은 "일제 말 총독부가 우리 씨름을 핍박하고 학교 정식 체육종목으로 스모를 육성했던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모 한국공연은 18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 스모는

단판 승부…요코즈나가 '지존'

스모는 8백여명의 프로선수가 홀수달인 매년 1,3,5,7,9,11월에 보름씩 경기를 한다. 두 선수가 일정거리를 두고 시작, 발바닥을 뺀 신체 일부가 바닥에 닿거나 도효 밖으로 밀려나는 선수가 진다. 모든 승부는 한판이다.

이번에 한국 공연을 한 선수들은 1부리그 격인 '마쿠우치'급 선수 40명. 김성택은 마쿠우치 바로 아래인 '주료'급 선수지만 한국 공연임을 배려해 예외로 참가했다.

마쿠우치의 최정상은 '요코즈나'다. 그 아래로 오제키.세키와케.코무스비.마에가시라까지 다섯 등급이 있다. 마쿠우치 아래로는 주료와 마쿠시타.산단메.조니단.조노구치 등 다섯 개 등급이 더 있다.

*** 8강 오른 김성택 "고국서 스모 경기 꿈만 같다"

"설마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입니다."

스모 공연 둘째날인 15일 3연승 후 8강까지 진출한 김성택(26.스모명 가스가오)은 흥분해 있었다. 첫날에는 비록 2차전에서 패했지만 생애 처음 우리나라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요코즈나와 경기를 했다. 그리고 둘째날에는 스모 1부리그의 쟁쟁한 선수들을 세명이나 물리치고 8강까지 올랐다.

-한국에서의 첫 스모경기다. 소감은.

"말할 수 없이 기쁘다. 1998년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언젠가 한국에서 스모경기를 해보이는 꿈을 꿨는데 그것이 오늘 이뤄졌다."

-요코즈나와는 첫 경기인가.

"그렇다. 요코즈나가 얼마나 강한지 실감했다. 스모에서는 요코즈나와 경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특히 하위 등급의 리키시(力士.스모선수)가 요코즈나와 경기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정말 강했다. 한참 더 열심히 해야겠다."

-올해 목표는.

"지난 1월에 이어 3월에 또 공식 대회가 있다. 우선 거기서 잘해야겠다."

-일본에 귀화하는 게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아사쇼류도 몽골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국적을 지켜가겠다."

최준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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