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돕는 제자들과 ‘아름다운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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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나눔봉사에 흠뻑 빠져 있는 제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서울 미아동 영훈고의 신기주(42·사진) 영어교사는 10년째 제자들과 함께 장애우들의 다정한 벗이 되주고 있다. 세살 꼬마에서 팔순 노인까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신 교사를 ‘아름다운 천사’라고 부른다. 교직생활 18년째인 신 교사는 1997년부터 장애인들 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학부모 한 분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공부만 시켜서는 안된다”며 올바른 인성교육 방법을 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신 교사는 우선 학교에 나눔 봉사와 특별활동의 중요성을 제안했다. 매년 열리는 특별활동발표회(영훈제), 영훈가요제, 연극제, 영훈사랑 바자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는 학생들과 교사가 직접 장애인를 찾아가 하루를 같이하는 ‘아름다운 동행’도 시작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한 요양원을 찾아가 560여 명의 장애인들과 함께 놀아주고, 선물을 건네고, 공연을 하는 사제동행이 10년째다. 처음에는 1년에 여덟번, 요즘은 네번 방문한다. 제자(1학년)들은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달려간다.

신 교사는 “처음엔 공부가 소홀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며 “어색해 하던 학생들도 장애우들과 장난을 치면서 즐거워할 만큼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북구에 거주하는 장애우인들과 등산·역사기행을 같이하며 손발이 되어주기도 한다. 학생들도 적극 동참한다. 신 교사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너무 고맙다”며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공부도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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