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MBC "아들의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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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위한 드라마 작법 세가지.
현재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는 절대로 캐스팅하지 말라.극중인물 가운데 행여 시청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영웅을 만들지 말라.호기심을 유발하는 긴장 구조를 설정하지 말고 복선없는 밋밋한 토포스(수사학적 상투문구,판에 박힌 문학적 주제나상황)를 고수하라.
MBC수목드라마『아들의 여자』는 이같은 원칙을 철저히 피해가고 있는 시청률 드라이브 드라마의 전형이다.
성공의 보증수표 차인표를 주연으로 기용한데다 지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샤프한 검사역,즉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내재하고 있는 욕망을 통쾌하게 해결해 주는 영웅으로 설정돼 있으니더 말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입주자는 모두 파멸하고 만다는「호도나무집」에 얽힌 불길한 전설을 복선으로 깔고 돈과 자식만 아는 한 여인의 몰락과정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대부분 베스트셀러 통속소설이 그러하듯 플롯 구성상의 허술함과 즉각적 인기에 집착한 탓으로 밖에 볼수 없는 치기어린 과장과 억지가 곳곳에서 돌출되고 있다.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10억원대를 호가하는 저택을 갈취하는 수법이 너무 단순하고 손쉬워 공감을 사기 어렵고 그 집의 저주섞인 내력을 폭로하는 과정의 지나친 작위성으로 자연스럽게 긴장속으로 빠져드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만다.
또 마약사범 수사도중 살해 위험에 처했던 검사가 수사 및 공판을 담당하고 논고까지 하는것은 사감(私感)개입으로 공정한 판단이 훼손될 것을 우려,검사가 사건의 피해자가 됐을 경우 일정기간동안 동종의 사건을 맡기지 않는 법조현실과 괴 리된「영웅 조작」일 뿐이다.
도입부분에서 우선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아들의 여자』는 보여줄 것은 대부분 보여준 지금 두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보다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전개로 극적 재미를 더해가느냐,아니면 많은 시청자가 보더라도 보고나면 남는 것이 없는 그저그런 드라마로 머무느냐가 그것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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