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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30억은 흥농종묘 전 회장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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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이 최근 BBK의 대주주였던 홍종국(48.다인벤처스 대표)씨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홍씨는 검찰에서 "1999년 9월 BBK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한두 달 뒤 절반의 지분을 김경준(41.전 BBK투자자문 대표)씨에게 판 뒤 2000년 2월 28일 이후 나머지 지분도 김씨에게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경준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한글 이면계약서'의 계약 내용과 배치된다. 계약서에는 "이명박 후보가 BBK 지분 100%를 49억9999만5000원에 김경준씨에게 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씨 측은 이를 근거로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주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홍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계약서상의 작성 시점(2000년 2월 21일)에는 홍씨가 BBK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당시 이 후보가 BBK 지분을 100% 보유하는 게 불가능하다. 홍씨는 이날 본지와의 두 차례 전화통화에서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BBK에 투자한 30억원은 어디에서 났나.

"당시 내가 대표로 있던 e캐피탈의 대주주인 이덕훈(62) 흥농종묘 전 회장의 돈이다."

-왜 투자를 하게 됐나.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 서울사무소에서 일할 때 직장 동료로 김경준씨를 알게 됐으며, 그가 투자를 권유했다."

-BBK 지분을 김씨에게 모두 넘긴 것은 정확히 언제인가.

"2000년 2월 28일 이후인 것은 분명하다. 검찰도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통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경준씨가 제출한 '이면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

"이 후보가 2000년 2월 21일(계약서상의 작성일)에 BBK의 지분 100%를 보유하려면 내 명의의 지분을 그 이전에 모두 샀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약 49%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계약서의 내용은 그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검찰은 홍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며 그의 진술이 사실인지를 검증하고 있다. 홍씨의 주장대로 이덕훈 전 회장이 30억원의 진짜 돈 주인인지, 이 전 회장과 이명박 후보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도 추적해 'BBK 실소유주'의 실체를 찾을 계획이다.

검찰은 문제의 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의 도장이 "계약서 작성 시점보다 두 달 뒤(2000년 4월)께 만들어졌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도장을 제작한 업자를 찾아내 정확한 제작 시점을 확인 중이다.

이상언.정효식 기자

30억 투자한 이덕훈씨는

흥농종묘 팔아
벤처 '큰손' 변신

◆BBK에 30억원을 투자한 이덕훈(62)씨=원래 국내 종묘업계 1위 기업인 흥농종묘의 대주주 겸 회장이었다. 이씨는 외환위기 직후 1998년 세계 최대 종묘회사인 멕시코계 세미나스에 흥농종묘를 1억 달러에 매각했다. 이씨는 흥농종묘 매각대금을 기반으로 신생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창업투자 업계에 뛰어들었다. 99년 6월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에서 부장으로 재직하던 홍종국씨를 스카우트해 자본금 100억원으로 창투사인 e캐피탈을 설립했다. 그 뒤 2001년에는 국내 창투업계 3위이던 웰컴기술금융(세화기술투자로 개칭)과 e캐피탈을 흡수합병해 사업을 키웠다. 2002년에는 코스닥 등록사이던 무한기술투자와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벤처투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04년에는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사적 화의' 절차를 거치기도 했다. 이씨는 올 3월 무한투자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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