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일밤"스태프서 엑스트라로 김춘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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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소라에게 실연당한 이휘재가 조형기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울음을 터뜨린다.『소라 때문에 그러니?』하고 조형기가 묻자,이휘재는『소라 얘기는 하지마』하고 막는다.그 순간 옆에서 술을 마시던 젊은이가『소라 한 접시 주세요』하고 외 친다.화가 치민 이휘재가『소라 얘기 하는 게 누구야?』하고 소리치자,이 젊은이는『닭모이집으로 바꿔주세요』하고 움츠린다.
요즘 TV에는 개그맨 아닌 의외의 인물이 폭소 펀치를 터뜨려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MBC『일요일 일요일밤에』「이휘재의 TV인생극장」에서 이휘재만큼 인기를 끈 엑스트라 김춘호(25)씨는 그런「개그맨 아닌 개그맨」의 대표격이다 .그의 본업은『일요일밤…』의 FD(Floor Director:진행보조원).
그러나 지난해 10월 인생극장「환경파수꾼」편에서「행인1」로 데뷔한 이래 졸린 눈빛과 어딘지「꺼벙한」분위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개그맨 뺨치는 웃음꾼으로 떠올랐 다.특히 지난 6월 정신병에 걸린 수영코치 이휘재와 함께 병원바닥을 헤엄치는 환자역은압권(?)이었다는 평.
『요즘 코미디는 시청자 입맛이 높아져 개그맨만으론 웃음장사가안돼요.저처럼 얼굴이 알려지지않은 스태프가 등장해 엉뚱하게 굴면 웃어줄 거란 계산에서 출연했는데,이게 맞아떨어진 거죠.』 미국.일본등 코미디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FD나 카메라맨같은 스태프가 화면에 나와「자연풍 웃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어쨌든한국에선 스태프로는 유일하게 직접 출연해 프로의 재미를 높인 공로로 그는 지난 8월『일요일밤…』가 주는 베 스트 스태프상을받기도 했다.
FD생활만 6년째인 그는 이 분야에선 최장수 베테랑중 하나다.서라벌고교를 졸업하고 89년 아르바이트삼아 FD가 된 그는 녹화장서『스탠바이 큐!』를 외치는 것부터 방청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바람잡이까지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왔 다.
특히 지난해초『일요일밤…』FD가 된 뒤로는 타고난 유머감각으로 대본의 웃음 농도를 측정하는 감별사로 활약해온 끝에 아예 코미디언이 된 것.
『화면에 자주 등장하니까 타방송 코미디팀에서「쟤 누구냐」고 정체(?)를 캐는가 하면 모처로부터는 이적 제의를 받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그렇지만 유명인이 되면 더이상 웃길 능력이 없어지는 만큼 때가 되면 은퇴해 운동화가게 나 차릴 생각』이란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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