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심수습 고육지책-우명규시장 왜 전격사퇴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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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명규(禹命奎)서울시장의 전격사퇴는 성수대교의 붕괴사고처리를실무책임자를 처벌하는 선에서 매듭지으려다 세찬 비난여론에 부닥친 정부가 민심수습을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사고직후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서울시의 한심한 교량보수.관리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이를 성토하는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민심수습 차원에서 이원종(李元鐘)前시장 구속이라는 「강수」사용을 적극 검토했었다.
李 前시장은 한강교량 안전에 관한한 재직중 직무를 유기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교량안전 여부를 철저히 진단해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치 않은데다 국정감사 기간중에도 「한강교량에 이상없음 」을 되풀이강조해 붕괴사고를 자초한 격이 돼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는 돌연 李 前시장 형사처벌 방침을 철회했다.이는 李 前시장을 처벌할 경우 동부건설사업소가 처음으로 성수대교 손상위험보고서를 제출했을 당시 부시장으로 재직했던 禹시장도 처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禹시장은 성수대교의 안전에 위험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부시장으로 재직해 李 前시장과 한강교량관리에 관한한 책임을 면할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禹시장은 성수대교 건설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78년에는 이 공사를 추진하는 도로과장을 지낸데다 이후 86년1월부터88년12월까지 3년여동안 한강교량의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건설국장을 역임한 전력이 밝혀져 비난여론의 향방이 李 前시장보다는 오히려 禹시장에게로 쏠리는 결과가 빚어졌다.
李 前시장과 禹시장을 함께 사법처리하는 방법외에는 묘안이 없게된 것이다.때문에 정부는 전.현직 서울시 수뇌부의 사법처리를피하는 축소매듭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27일 동부건설사업소가 성수대교위험의 긴박성을 서울시에 알린 「성수대교 손상.위험보고서」가 과장전결에 불과한 문건이었다는 설명등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여기에 성수대교 붕괴등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와 관련한 야권 의 정치공세가 禹시장 사퇴에 표적이 모아져 줄곧 불씨가 되살아나는 형국이었는데다 지난달 31일 시의회의 시장사퇴권고결의안 처리과정에서는 최소한 5~7명의 여권표가 「可」에 가담하는 민심이탈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禹시장의 퇴진은 지난해 재산공개파동 당시 7일로최단명을 기록했던 김상철(金尙哲)前시장에 이은 두번째 조기퇴진으로 교량.지하철등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대형구조물 관리.유지체계의 쇄신,내년부터의 본격 지자제 시행등 난제 가 산적한 서울시정에 적지않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공직자가 과거 재직중에 남긴 발자취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유야무야 되지 않고 끝까지 소추되는 책임행정의 전례를 남기는 한 사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鄭基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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