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이명박 40%대 안팎 지지율 1년째 …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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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악재와 고비로 시달리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년 이상 4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이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니냐"는 실언을 낳게 할 정도인 그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치권과 학계에서 나오는 '노무현 학습효과'는 노무현 대통령 5년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거부감이 '반드시 정권 교체'라는 심리로 이어졌고 이런 심리가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월에 들어서선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로 보수가 분열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층 자체는 전체적으로 두터워지는 특이한 현상까지 생겼다.

두 보수 주자인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60%를 오르내리고 있다.

윤종빈(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28일 "노 대통령의 아마추어 국정 운영과 편가르기식 정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그래서 '설사 부패하면 어떠냐,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는 심리가 퍼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도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말하면 '불안한 정치지도자형'이다. 국민들이 이 이미지에 지쳐 '안정적 경제지도자'를 찾고 있으며 이명박 후보가 '경제지도자' 이미지의 덕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명박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무능 정권' '파탄 난 경제'를 내세우며 노 대통령과 대립하는 전략을 펴 왔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마저 "내가 되면 그것이 정권교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여권 후보인 그가 대통령이 되면 '정권 재창출'임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는 '정권교체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대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후보가 전략 상품으로 여겼던 이른바 '평화 어젠다'도 10.4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특수를 누릴 것으로 범여권은 기대했었다. 경제 어젠다가 이명박 후보의 강점이라면 평화 어젠다는 노 대통령의 대표 상품이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그 후의 남북 총리회담,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지금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그런 일은 대선의 관심 대상에 벗어나 있다. 이처럼 대선판에 '김정일 북한 변수'가 사라진 것도 노 대통령식 정치가 재현될 가능성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준한(정치학) 인천대 교수는 "노무현 학습효과는 대통령 단임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종의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현상이다. 연임제를 하는 나라에서는 재출마하는 대통령에 대한 전망 투표가 가능하지만 단임제 국가는 그것이 안 된다"며 "후보의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판단이 대선 표심의 저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창운 중앙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한때 거품이란 지적도 있었지만 한나라당 경선 이후에는 50%를 넘어서는 등 40% 안팎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1년여간 대선판에 '노무현 학습효과'가 살아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용호.김정하 기자

◆노무현 학습효과=노 대통령 통치 5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거부감이 대선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이다. '반(反)노무현 표심'이 '친(親)이명박 표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설적으로 노 대통령의 최대 수혜자가 이명박 후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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