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박순정 히로시마대회중 부친잃은 슬픔떨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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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버지가 그리울수록 더욱 더 열심히 볼과 싸우렵니다.』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여자정구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면서도 대회기간중졸지에 아버지를 여읜 비운의 스타 박순정(朴順貞.농협.21)이다시 뛴다.
박순정은 28일부터 시작된 정구경기에 서울팀 에이스로 출전,1차전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둬 우승을 향해 한발을 내디뎠다.
박순정의 아버지 박원대(48)씨는 朴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 두번째 금메달을 향해 싸우던 지난 13일 경북달성에서 건축공사일을 하던중 강에서 잃어버린 공구함을 찾다 급류에 휘말려 사망했다.
이 소식을 전혀 모르던 박순정은 이튿날 부친 사망소식을 전해듣고는 실신할 정도의 강한 충격을 받았다.
서둘러 귀국한 박순정은 당초 예정된 전국체전 출전은 물론 라켓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허탈감에 빠져있었다.
홀어머니와 두동생을 거느린 갑작스런 처녀가장의 위치 때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 『운동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러나 승부근성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박순정은 너무도 빠르게정상을 되찾았다.
『전국체전은 걱정하지 말고 당분간 쉬어도 좋다』는 허락을 했던 소속팀 이규봉(李揆峯)감독의 아량도 거절한채 지난 24일부터 다시 볼을 치기 시작했다.
목표는 단 하나.
열심히 연습해 1년 앞으로 다가온 95세계정구선수권대회(일본.기후)에서 보란듯이 우승을 차지해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것.
박순정은 이날 경기직전 동료선수들과 어울려 앞선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가 『연습은 잘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만 얼굴을 돌리더니 구슬같은 눈물을 마구 떨구었다.
아무리 강한 마음을 가지고 아버지를 잊기로 했다하더라도 아버지가 그리워 흐르는 눈물에는 어쩔 수 없었다.
얼마후 경기가 시작되자 터지기 시작한 박순정의 강스매싱과 힘실린 스트로크는 상대인 경북대표 효성여대 선수들의 발목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순정이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파트너 박영아(朴榮雅)의 힘있고 각도깊은 스트로크도 더욱 매서워 보였다.
스코어가 2-0으로 기록된 순간 농협의 李감독은『됐어,이젠 순정이가 돌아왔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成百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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