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 안전 잘 챙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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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리뿐 아니라 지하철및 전철도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것으로 드러나고 있다.어찌 다리뿐이겠는가.지난 시대의 건설공사관행,업계와 공직사회의 유착(癒着),안전의식과 투자의 결여등을미루어 볼때 지하철도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 으리라는건 정밀조사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지하철및 전철은 심심찮게 사고를 일으켜 문제점이 허다함을 입증해 왔다.그러나 이제까지의 사고는 주로 전철선로나 전동차,주변기기의 이상(異常)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그런데 최근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선로기반이나 벽등 토목 (土木)부문의 취약성 역시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문제가 아니다.전기부문이나 전동차의 고장등으로 인한 사고는 불편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토목부문의 사고는 피해가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감사원에 따르면 1~4호선 건설때 지질변화를 측정할 계측기(計測器)를 설치해야 했지 만 이를 전혀하지 않았고,개통이래 이제까지 토목구조물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한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호선에선 터널의 천장과 벽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는 곳도 있다.또 1~4호선 곳곳의 벽면이 갈라져 있으며 레일 지반과 침목에 이상이 생겨 선로간격이 벌어져 있다.선로간격이 정상치 이상으로 벌어진 곳이 무려 2천2백17 개소,총연장17.8㎞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온바 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서울지하철1~4호선의 문제점들이 현재 건설중인 전국의 지하철공사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서울지하철 7.8호선,부산2호선,대구.인천 1호선,일산선에서는 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물이 새 거나 벽면이갈라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놓고 볼때 문제의 뿌리가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님은분명하다.예부터 지금까지 「부실」은 한결같은 것이다.
이제 당국은 발상(發想)을 바꾸어야 한다.새로운 건설도 물론중요하다.그러나 그것에만 치중하다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전체적으론 하나마나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 정부나 관계당국은 각 기관이나 언론에서 위험성을 지적할 때마다 늘 그런 지적이 과장되었다는 반응을 보여왔다.그런 안이한 자세가 바로 성수대교 붕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위험은 과장되는 것이 무시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 을 알아야 한다.
성수대교 붕괴는 다리의 위험성만 경고하는게 아니다.모든 토목구조물에 대한 경고다.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보수에 시간이 걸릴지라도 이제부터 전반적인 진단을 해서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지하철에서도 대형사고가 난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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