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수학의 새 지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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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레카(eureka)」는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 터져나오는 환성(歡聲)이다.아르키메데스가 금의 순도(純度)측정법을 터득하는 순간 중얼거린 말이다.「바로 이거야」라는 탄성이다.
3의 제곱 더하기 4의 제곱은 곧 5의 제곱이다.직각삼각형의빗변 길이를 내는 공식이다.피타고라스 정리로 통한다.그러나 2의 제곱에서만 통할 뿐 제곱수가 3이상이면 달라진다.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의 이름을 따「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불린다.1637년 페르마는 수학책의 한 페이지 여백에 이를 기록하고『기막힌 증명을 알아냈지만 여백이 없어 적지못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3백50여년동안 이의 증명은 수학계 최대의 숙제였다.프랑스과학원은 1815년과 1860년 두차례 이의 증명에 금메달과 상금 3백프랑을 내걸었다.1908년 독일과학원은 상금 10만마르크를 내걸었다.지금의 상금은 7천5백마르크다 .컴퓨터로 제곱수 4천2까지는 입증이 됐다지만 증명의 일반화는 요원하다.
프린스턴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마침내「유레카」가 터졌다.
9년여를 씨름한 영국 태생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41)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6월23일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가진 특강 마지막 날 이를 공개,세계를 설레게 했다.그러나 제출 논문으로 다듬는 과정에서 조그마한 난관에 부닥쳤다.그후 다시 9개월을 연구실에서 씨름했다.최근 학술지 게재에 앞서 그의 원고를 접한수학자들로부터「완벽한 증명」이란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그의「유레카」는「페르마 정리」의 증명을 넘어 수학의 새 지평을 예고하고 있다.그 징검다리는 일본인 두 수학자가 놓았다.1954년 다니야마 유타카는「타원 커브」로 불리는 수학적 추론(推論)의 세계를 그려냈다.프린스턴대학의 일본인 수 학자 시무라고로가 몇년에 걸쳐 이를 다듬었다.
수의 세계는 일부는 현실이고,일부는 유추(類推)의 세계라고 한다.하나의 형이상학적 세계로의 통합을 이들은 시도했다.페르마정리는 이「타원 커브」의 한 특수한 경우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한다.「21세기 수학」의 팡파르다.
『모든 숫자는 감각적 경험을 단순화 내지 서열로 정리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 낸 창작물이다.』 4차원의 상대성 세계를 연아인슈타인의 통찰(洞察)이 다시금 돋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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