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열쇠 쥔 대검 12층 문서감정실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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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문서감정실이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제 종합문서감식기 다큐센터(左). 가격이 1억원을 호가하는 이 기계는 필적의 형태, 숙련도 등을 분석해 같은 사람의 필적인지를 판정한다. 대검 청사 12층에 있는 문서감정실(右)은 평소에도 보안을 위해 출입을 제한한다.

대검찰청 12층에 있는 대검 문서감정실은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BBK 의혹을 풀 열쇠를 쥐고 있다. 문서감정실에선 전 BBK 투자자문 대표인 김경준(41.구속)씨가 제시한 한글 이면계약서와 영문 계약서에 대한 감정이 진행 중이다. 계약서에 찍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도장, 이 후보의 서명, 계약서에 사용된 종이, 계약서의 활자가 감정 대상이다.

BBK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도 이곳에서 나올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 후보와 김씨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BBK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홍일 3차장검사(左)가 임채진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홍만표 법무부 공보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대검 문서감정실은 각종 서류의 도장과 필적 및 활자체에서 수사의 실마리와 해법을 찾는 곳이다. 필적과 인영(印影.도장이 찍힌 모양), 알아보기 힘든 불명문자, 지질(紙質)을 감정한다. 글씨에 사용된 잉크의 성분, 글씨를 쓴 시기도 파악할 수 있다.

감정엔 가격이 1억원대에 이르는 '다큐센터'라는 스위스제 종합문서감식기가 동원된다. 필적의 형태, 숙련도,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따져 같은 사람의 필적인지를 찾아낸다. 이 장치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쏴 사라진 글자를 재생해 내기도 한다.

인영을 비교할 때는 고정밀 비교확대투영기로 두 개의 인영의 차이점을 구별한다. 최근에는 화폐나 문서에 남아있는 지문을 확인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또 필적 감정의 객관성 시비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계측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문서 작성 시기를 정확히 감정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연구도 하고 있다고 한다.

수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증거들이 나오는 곳인 만큼 보안은 철저하다. 대검 과학수사과 관계자는 "우리는 일은 많아도 입은 없다"고 말했다. 보안을 위해 내부는 공개되지 않는다.

문서감정실은 1986년 대검 중앙수사부 과학수사 운영과 소속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 산하 과학수사담당관실에 소속돼 있다. 과학수사기획관실은 문서감정과 함께 유전자 감식, 마약 감식, 심리 분석, 음성 분석, 영상 분석 수사를 한다. 석.박사급 감정관 1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문서감정 전문 인력은 현재 5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국내외 감정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3개월 이상의 감정실무교육을 마치고 2년 이상 감정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이다.

김승현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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