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치료 위해 회사 설립…입소문 타고 빨리 성장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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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아토피 전문 화장품을 생산하는 바이오벤처 네오팜은 설립 첫해인 2000년 7억5000만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7년 만인 2007 회계연도(2006년 7월~2007년 6월)에는 매출액이 114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연평균 60%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네오팜의 박병덕(41·사진) 대표는 “아들 셋 중 둘이 아토피로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아토피 치료제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사외 벤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는 원래 애경그룹 중앙연구소에서 신물질 개발 담당 부장이었다. 그러다 2000년 애경의 투자를 받아 같이 일하던 연구원 7명을 이끌고 벤처를 차려 나왔다. 1997년 자신이 개발한 인공 세라마이드(피부 보호막을 구성하는 물질)로 아토피 치료제를 만들 계획이었다.

 “아토피가 심했던 큰아들에게 이 물질을 사용한 뒤 증상이 거의 없어지는 것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한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회사를 설득했고, 회사는 투자를 결정했다. 박 대표는 “지분에 참여해 주고 기술도 이전해 줬지만, 경영엔 참견하지 않는 모회사가 초기 사업이 자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후 이 회사는 민감성 피부관리용 보습제라는 용도로 ‘아토팜’을 만들었다. 피부에 바르는 스킨이나 스프레이 타입의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이 사용자들의 입 소문을 타면서 그동안 수입 제품이 잡고 있던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했다. 현재 아토피용 피부보습제 시장에서 아토팜의 점유율은 35~40%. 보령메디앙스와 시장을 양분하는 수준으로 커졌다.

 실제로 아토피는 지긋지긋한 질병이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 10명 중 3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다. 성인 아토피 환자도 매년 늘고 있다. 아토피 질환 시장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관측이다.

 박 대표는 최근 화장품·의약품·기능성 의류 같은 보습제 외 사업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피부과 병원 체인인 ‘고운 세상 피부과’와 함께 성인용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 ‘MLE 고운 세상’을 출시했다. 세라마이드의 피부 보호 기능을 최대화한 물질 MLE를 화장품과 결합시킨 제품이다. 또 신약 개발 벤처인 ‘펩트론’ 등에 지분을 출자해 아토피 신약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기능성 섬유 업체인 ‘벤텍스’와 손잡고 아토피 증상을 완화하는 의류 및 패치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아토피 전문가로서 박 대표는 “아토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면역력을 길러 주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현대 도시 생활처럼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는 어린이들이 병원체와 접촉할 기회가 적어 오히려 면역 체계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지나치게 깔끔을 떨지 말고 수더분하게 키우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자주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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