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교육방송에 국회교육委長 출연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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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일요일 오전10시 방영된 교육방송(EBS)『나의 학창시절』엔국회교육위위원장 이영권(민주.3선.전남장흥)의원이 출연,자신의청소년시절.정치입문과정등을 소개했다.
교육에 관한 모든 민의를 수렴하는 대의기관의 장인 만큼 이위원장의 출연명분은 일견 무리없이 시청자에 수용됐을 듯하다.
그러나 최근 재정난에 허덕이는 EBS의 공사화 여부가 국회교육위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교육위원장의 이 프로그램 출연은 곰곰 되짚어 볼 구석을 안고 있다.
『나의 학창 시절』은 사회명사를 초청,청소년에게 도움이 될「교훈」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편성됐으나 자칫 출연자의「자기홍보」로 흐를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교육부의 산하기관이자 국정감사당시 교육위의 피감기관인 교육방송이 감사기관의 장을 이 프로에 출연시킨 점은 이런 관점에서 오해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것이다.
EBS측은 자신들의 공사화가 활발히 논의된 국정감사일(9월30일)며칠전 이위원장에게 출연을 부탁,응낙을 받았고 20일 촬영이 완료됐다.
『배나무밑에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말대로 국감직전 출연을 섭외한 것은 피감기관으로선 의당 피했으면 좋았을 부분이 아닐까. EBS측이 언론기관에 돌린 소개자료를 보면 더욱 석연치않다. 『이의원은 독립운동 뒷바라지를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아버지는 안중근의사에 관한 말씀을 하시며 민족정신을 일깨워 줬다』『아침마다 무등산에 올라 목소리를 키우며 건강한 신체.정신을 닦았고 이런 의지로 7번에 걸친 사법 고시와한차례의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12대의원으로 나서게 됐다』는 내용들. 이의원측이 구성작가에게 전달한 내용을 여과없이 방송한 것도 공영방송으로선 되새겨봐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사자인 이위원장측은『교육방송에서 출연을 부탁해와 수용했다』며『출연장면을 비디오테이프로 제작,홍보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열악한 재정조건,잇단 직원이직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공사화추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교육방송의 입장은 십분 이해할 수있다. 그러나 수많은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칠 교육프로그램의 제작만큼은『정치적 배려』등의 오해를 받을 만한 소지가 있어선 곤란하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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