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 사건 수사 중간 점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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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03면

-당초 검찰은 대통령 후보 등록(25~26일) 이전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이면 계약서’에 나온 49억원 실제 오갔는지가 관건

“지난주 김씨 측이 제출한 문서의 진위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 양측의 주장과 반박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검찰이 확인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어 검찰이 ‘여기서 멈추겠다’며 수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도 ‘검찰이 (후보) 등록할 때까지 발표 안 하면 (김씨를) 기소할 때라도 발표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12월 5일쯤 할 것이라고 하는데.

“12월 5일은 김씨의 2차 구속 시한(구속 후 20일)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늦더라도 이때까지는 검찰이 김씨를 기소해야 한다. 기소와 함께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그 전에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밝혀낸다면 검찰로서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것’이란 원칙에 따라 뚜껑을 열 것이다.”

-검찰총장 교체로 수사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나.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연수원 동기인 정상명 전 총장에 대해 ‘퇴임하기 직전에 이 후보를 기소하도록 검사에게 직무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해왔다. 임 총장 취임으로 검찰을 대하는 한나라당의 자세가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임 총장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한 사람이 지나간 다음에야 건널 정도로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이란 평을 받는 인물이다. 수사결과 발표 시점은 물론 방식도 세심하게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김씨 측이 제시한 이면계약서를 둘러싼 논란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BBK, LKe뱅크, e뱅크 같은 금융회사 이름들로 뒤범벅이 된 이번 의혹은 김씨 어머니가 한글로 된 ‘BBK 주식매매 계약서’를 제출하면서 한결 단순해졌다. 쟁점은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냐 아니냐로 좁혀졌다. 그동안 이 후보는 ‘BBK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BBK 주식 61만
주를 소유했던 것으로 돼 있다. 만약 이 계약서가 날조된 것으로 판명나면 김씨가, 진본으로 밝혀지면 이 후보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문서검증 결과만 나오면 모든 의혹이 풀리나.

“속단하기 어렵다. 문서검증의 초점은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 후보의 것이냐 여부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가 쓰던 인감과 다른 모양’이라며 ‘김씨가 임의로 만들어서 쓰던 막도장을 찍은 것 같다’고 주장한다. 또 ‘2000년 2월에 작성됐다는 계약서에 찍힌 도장 모양이 2000년 4월 새로 만든 인감과 비슷하다’며 계약서 조작의 증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업무용 도장을 김씨에게 맡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도 조사할 계획이다. 도장 등 문서검증을 통해 어느 정도 진위가 가려진다고 해도, 김씨나 이 후보 측에서 또 다른 해명과 주장을 들고 나오면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검찰에서 진행 중인 계좌 추적이 중요하다. 계약 내용대로 49억9999만5000원의 BBK 주식 매도자금이 이 후보 쪽에 입금됐는지 여부를 가려낼지 주목된다.”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7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현행범이 아니면 후보를 구속하거나 체포할 수 없다고 하는데.

“후보를 구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제소환도 할 수 없다. 이제 이 후보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가능성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선 불구속 기소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법의 취지가 수사의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것인 만큼 기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반론이 만만찮다.”

-김씨와 그 가족이 폭로전에 나서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김씨는 회사 돈 384억원을 빼돌리고 주가 조작,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하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김씨가 하수인에 불과하다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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