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강국 대한민국을 위하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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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26면

신동연 기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나의 낙관적인 예언은 수십 년간 한국을 관찰해온 데 입각한 것이다. 최근에는 대구 부근에 있는 영남대학교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영남대학교 창립 60주년을 맞아 나는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세계 문명의 다음 단계인 세계화에 대한 강의를 했다. 나는 내 가설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놀랐고 남녀 학생 모두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놀랐다. 많은 학생은 영어로 의사 표현을 했고 일부는 프랑스어로 그렇게 했다.

약 20년 전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당시 한국의 대학들에서 강의를 했을 때 학생 대부분은 남학생이었고 그들은 생각을 ‘감히’ 표현하지 못했었다. 내 강의에 대해 학생들은 너무나도 무표정하고 ‘근엄’하게 반응해 나는 당혹했다. 나를 초청한 교수들은 내게 미안하다며 한국문화에서는 외국인 손님과 토론하는 게 결례라고 설명해줬다.

당시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았다. 의사 표현에 필요한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민주주의의 결여와 강한 유교사회의 전통 때문이었는지 젊은 세대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시 그들에게 열린 유일한 대안은 저항과 혁명이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인터넷과 많은 비정부기구(NGO)들은 한국을 ‘열린 사회’로 변화시켰다.

구세대 전통주의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싫어할 것이다. 왜 그런지 이해할 만하다. 그들에게서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권력을 빼앗아갔다. 세계화의 부산물로 문화 규범이 바뀌는 것은 한국 문명을 위협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국 문명을 여러분이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 세계화는 ‘한국식’의 여러 방법을 바꾼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이 덜 한국적이 되거나 덜 창조적이 되게 하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문명’은 전혀 위협받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현대 한국 문명을 한국사람들이 아닌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한국은 상품뿐만 아니라 한류를 통해 한국 문화를 수출함으로써 세계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경제와 문화를 겸비한 강국이 되었다. 세계에서 상품과 문화 모두를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 미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 정도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이 강대국의 길을 가기 위해선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전 세계 차원의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교육, 특히 대학교육이 결정적이다. 한국에는 혁신적이며 개방적인 엘리트 집단이 필요하다. 세계에 대한 알찬 지식과 혁신은 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다. 미국이 세상의 꼭대기에서 군림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미국의 대학을 보라.

한국은 위에서 언급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뒤처져 있다. 한국 고등교육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은 국가 관료주의, 맥을 풀리게 하는 획일주의, 경쟁의 결여, 자금 부족, 대외 교류의 부족 등이다. 외국어 지식 역시 아직 미흡하다. 세계인들이 한국어와 한글을 배운다면 이는 너무나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건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 그래서 국내 한국인들이 외국어를 배우고 재외 한국인들은 계속 한국어를 잊지 않는 게 특히 중요하다.

언어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에 달하는 재외 한국인은 한국에 엄청난 자산이다. 재외 한국인의 문화ㆍ경제 네트워크는 반드시 잘 유지해야 한다. 또한 젊은 세대 한국인이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 두뇌유출(brain drain)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해외에 남아 한국의 세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새로운 기법을 가지고 귀국할 것이다. 한국의 고등교육 체제를 개혁함에 있어서 유학의 장려는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여러 의문이 들 수 있다. 미국식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는 게 일리가 있을까. 특히 등록금이 엄청나게 비싼 미국식 대학 운영이 한국에 타당할까. 한국의 대학교육 모델이 오히려 보다 민주적인 것은 아닌가. 한국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모든 시도는 학생들을 분노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그들의 분노는 정당할 것이다. 교육의 질은 변함이 없는데 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 한국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려면 교육 전반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정부가 국민에게 전달해야 할 메지시는 다음과 같다. 국가나 개인에게 고등교육만큼 더 좋은 투자는 없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고수입을 올리게 되고 경제는 보다 높은 차원으로 혁신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을 위한 투자재원이 세금과 개인에 의해 마련되면 한국은 값싼 노동력에 따른 비교우위에 의지하는 나라들을 멀찌감치 제치고 높은 수준으로 고양될 수 있다.

한국의 기업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하려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교육과 문화 영역이다. 한국이 88서울올림픽을 즈음해 전 세계를 향해 개방되기 전, 국외에서 알려진 유일한 한국인은 백남준이었다. 그는 파리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섬 같은’ 존재였다. 그는 가난했으며 한국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진정한 ‘홍보대사’였다.

시대가 바뀌었다. 주목할 만한 사설 재단들이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아 국내외 창작인들을 후원하고 있다.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 홍보는 한국의 전 세계적 위상을 알리는 승리의 전략이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문화를 후원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다른 국가적 프로젝트에 비해 문화는 비용도 그리 들지 않을뿐더러 수익률은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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