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역사 한복판에 선 검찰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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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57.사진) 검찰총장은 23일 "검찰은 지금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며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라"고 말했다. 대검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다.

정 총장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베레스트 산꼭대기는 눈으로 덮여 있지 않다. (정상은) 검은 암벽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며 "진실 추구만이 존경받는 길임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진실의 칼은 깨끗한 손에 쥐어져 있을 때만 힘을 가질 수 있다. 청렴하고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당당할 수 있다"며 "여러분(검사)이 입은 검찰 법복은 유리같이 투명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절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BBK 사건과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염두에 둔 듯 "후배들에게 어려운 일만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안타까운 심정도 내비쳤다.

정 총장은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노력하는 한 희망이 있다. 오직 국민만 보고 노력해 달라. 기 죽지 말라"고 말한 뒤 "밖에 나간 내가 불안하지 않게 수사 잘해 달라"고 재차 당부하기도 했다.

임기 2년을 마친 정 총장은 이날 퇴임식을 끝으로 30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그는 2005년 11월 24일 임명됐다. 전임 김종빈 총장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사상 첫 수사지휘권 행사에 반발해 취임 6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재임 기간 중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원만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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