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동서고금 넘나들며 "경제야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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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속경제학

윤수영, 424쪽, 삼양미디어, 1만6000원

세상을 살아가는 데 경제학만큼 현실적으로 중요한 학문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학은 사람들에게 별 인기가 없다. 경제학 책은 으레 지긋지긋한 미적분과 같은 수학공식이 난무하고 그래프와 도표, 수치 등이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경제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경제 교양서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경제이론을 수학이나 그래프 없이 설명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늘 접하는 사회나 문화 등의 비경제적인 현상을 경제학 개념으로 분석하는 책도 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 속에서 경제 원리나 개념을 풀어쓰기도 한다.

이 책은 마지막 부류에 가깝지만 앞의 두 가지도 겸비하려 노력했다. 가령 기회비용을 설명하면서 세계적인 권투선수였던 타이슨이 강간혐의로 구속되지 않았더라면 받았을 파이트머니를 따진다. 뉴욕 맨해튼을 24달러에 판 이니던들이 이를 지금까지 저금했더라면 얼마나 될까를 계산하면서 이자율을 설명한다. 요즘 금괴 1개에 해당하는 은괴 60개를 타임머신에 실어 로마시대로 간다면 금괴 5개로 바꿀 수 있다고 밝힌다. 금이 화폐로 사용된 역사가 이처럼 오래됐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다. 지은이는 이처럼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FTA(자유무역협정)나 세계화, 고령화, 일자리, 물가, 환율, 이자율 등 경제현상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만유인력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뉴턴이 전공에 걸맞지 않게(?) 투기와 대금업을 했다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고위 경제관료인 지은이가 현 정부의 분배 우선 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읽을거리다. 경제위기 불안감은 낮은 성장률 때문이라거나, 실업과 복지 문제의 해결책도 성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가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한 대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설명한 통에 전반적으로 산만해진 인상이다. 구슬은 서 말인데 꿰지 않은 부분도 있고, 경제는 있는데 경제학은 없어 보이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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