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본즈 벤치마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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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그림자를 밟고 간다.

이승엽(28.지바 롯데 마린스)이 달라지고 있다. 스윙 스타일에서 유니폼, 그리고 외모를 가꾸는 액세서리까지. 새 환경에 적응하면서 각오를 다지기 위한 변신임에 틀림이 없다.

그 모델은 아마도 당대 최고의 홈런왕 배리 본즈(4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본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지구촌 최고의 홈런타자.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73개) 기록을 보유 중이고, 통산 홈런도 6백58개로 베이브 루스(7백14개).행크 에런(7백55개)에 이어 3위다.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두 사람의 기록을 깰 여지도 있다. 이승엽과 같은 왼손잡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이승엽의 스윙을 지켜본 세이부 라이언스의 가타히라 신사쿠 편성부장은 "이승엽의 타격은 본즈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장거리 타자들이 즐기는 폴로스루 위주가 아닌, 임팩트 위주로 짧게 끊어치는 콤팩트 스윙임에 놀랐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일본에 건너가기 전부터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 짧게 끊어치는 스윙으로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캠프시작부터 콤팩트한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본즈가 어퍼스윙인 반면 이승엽은 수평스윙으로 스윙의 기본은 좀 다르다. 하지만 힘을 앞세우지 않고 간결하고 빠른 스윙을 한다는 공통점이 더 크다.

이승엽은 지난 11일 76차례의 프리배팅 중 1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13일부터는 팀의 주전 투수들을 상대하는 실전훈련에 들어간다. 시미즈.구로키.와타나베 등 팀의 주축 투수들과 상대한다. 이승엽의 현지 대리인 김기주씨에 따르면 이승엽은 "스트라이크 존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이승엽의 '본즈 닮기'는 또 있다.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유니폼과 액세서리의 변화다.

이승엽은 지난해 12월 중순 귀고리를 했다. '범생이'로만 불렸던 그에게는 파격이다. "더 늦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게 스스로의 변(辯). 이승엽은 양쪽 귀를 모두 뚫지 않고 왼쪽에만 귀고리를 했다. 본즈 역시 왼쪽 귀에만 십자가 귀고리를 즐긴다.

삼성시절 끝이 오므라진 바지를 입었던 이승엽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난 1일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바지 끝의 통이 넓어졌고, 스파이크를 덮을 만큼 길어졌다. 통 넓은 바지를 땅에 끌릴 정도로 입는 본즈의 스타일을 수입한 것일까.

이태일 기자

<사진설명(上)>
'본즈 마킹'?. 최근 타격 훈련에서 유니폼 바지의 끝부분을 스타킹 밖으로 풀어내린 스타일을 선보인 이승엽. 메이저리그의 왼손잡이 홈런왕 배리 본즈(左)의 모습과 흡사하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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