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남북경협-금융기관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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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남북 경협(經協)이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됨에 따라 한국은행.
수출입은행.산업은행등 경협의「후방」을 지원할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남북간 경제 교류가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한 선결조건인 교역대금 결제,투자자금 지원등의 역할을 놓고 금융기관들마다『그 일은당연히 우리 일』이라며 자임(自任)하고 나서는 형세다.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남북간 직교역의 결제은행을,산업은행은대(對)북한 개발금융을 담당할 것을 추진중이다.또 상업.조흥.
제일등 일부 시중은행도 뒤질세라 벌써부터 북한 내 옛 점포들을되찾을 방안을 모색중이다.
92년 남북 총리가 합의한「남북 교류 협력에 관한 부속 합의서」는 남북 직교역의 결제방식을 청산결제(먼저 물물교환 형태로거래한 뒤 거래 차액만 결제하는 형식)로 규정하고 있는데,한은과 수출입은행은 서로 다른 과거의 사례와 남북간 의 특수한 사정을 들어 자신이 청산결제 은행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한은은 통독(統獨)이전 동.서독 간의 교역에서 양 독일의 중앙은행이 결제은행을 맡았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 2차 대전이전 블록경제 체제 아래서의 국가간 거래 역시 중앙은행간 결제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있다.
최연종(崔然宗)한은 이사는『기업들이 국내 거래은행을 통해 결제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이들 은행의 결제 계좌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일은 한은이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북한쪽 결제 창구가 중앙은행이 아닌 조선 무역은행인데 이쪽에서는 중앙은행이 나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조선 무역은행이 대외거래에 관한 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방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달 부터 조사부 안에 북한팀을 만들어 이 분야를집중 연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남북협력기금을 자신들이 운용하고 있는데다 사회주의 국가와의 교류 경험으로 보나 지금까지의 남북 교류 지원 실적(4건)을 보나 자신이 결제은행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수은은 남북이 1년 단위로 거래된 물품을 국제시세로 환산한 후 차액을 미달러화로 결제하자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청산결제 운용방안까지 내놓았다.산업은행의 경우 북한에 대한 기업투자나 사회간접자본 투자등 개발금융 창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생긴 조사부 내 북한팀은 현재 북한의 산업 관련 자료를 수집,업종별 투자 타당성이나 투자 우선 순위등을 따지는 기초 작업을 진행중이다.
상업.조흥.제일은행등 분단 이전에 북한 소재 점포를 운영해온일부 시중은행들은 이들 점포에 대한 재산권 행사에 대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상업은행 27개,조흥은행 12개,제일은행 10개,한일은행 4개씩인 이들 점포를 되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은행들은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이다.
남북 교류와 통일을 위한 지원 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의 금융상품을 내놓는 금융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조흥은행이 지난해 8월 시판한「통일기원통장」은 지난 17일 현재까지 4만여 계좌에 3백36억원이 모였고 2천6백만원의 통일지원기금을 쌓는 성과를 올렸다.이 통장은 고객이 이자의 1%를 기금으로 내놓으면 은행측이 이의 5배를 더 얹 어 쌓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동화은행이 올초부터 발매한「통일가족통장」 역시 현재 2만5천계좌에 2천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대한교육보험이 지난달 선보인「하나로 보험」도 보험료의 1%를남북협력기금으로 조성하는 한편 가입자가 60세를 넘으면 북한으로의「통일여행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인데 한 달 동안 2백9명이 가입했다.
〈李在薰.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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