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韓日재계회의-달라진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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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일(韓日) 재계회의가 13~15일 도쿄(東京)에서 3일간의일정으로 열렸다.이번 회의에서 일본은 북한공동진출방안을 의제로삼자고 사전에 제의하는등 한반도정세 변화에 따라 부상하는 남북한 통합시장에 민감한 관심을 나타냈다.한국측은 양국 경협을 단지 경제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동양문화의 보편화를 통한 협력,즉 문화협력의 바탕에서 이뤄내자고 제의해 일본재계의 호응을 얻었다. [편집자註] 한일(韓日)경협을 보는 양국 재계의 시각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재계의 태도는 부정적이었다.『한국정부는 투자여건은 마련하지않고 기술만 달라고 떼를 쓴다.동남아와 중국은 서로 투자를 유치하려고 투자유치단을 파견하는등 적극 공세인데 한국재계는 앉아서 오라고 한다.』 그러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난해초 『경제논리에 따라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이후 한국을 보는 일본재계의 시각에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재계도 지난해10월 서울에서 열렸던 정례 한일재계회의에서경제논리에 따른 경협확대를 제의,쌍무적인 경협확대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와함께 재계는 87년이후 활동이 중단됐던 투자유치단을 지난해 일본에 보냈으며 한국정부도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유인책을 강화하고 있다.
도쿄(東京)재계회의와 때를 같이해 11일부터 14일까지 오시니(大西正文)일본상의(商議)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한(對韓)투자환경조사단이 방한한 것은 日재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대목이다.
재계관계자는 『오시니단장이 한국의 자동차부품과 플라스틱가공업에 대해 다시 투자조사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한 것은 전례없이 속도감있는 협력의사의 표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엔高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일본업체로서의 필요성이 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반도통일에 대비한 거대시장의 선점화에 대한 日산업계의 욕구도 日재계의 태도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이단렌(經團連)이 이번 재계회의의 의제로 「북한의 정세변화가미칠 경제적 영향」을 채택하자고 제의한 부분도 이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재계가 이번 회의에서 동양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한 문화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경제논리에 근거한 접근제의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일본측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도요다(豊田章一郎)게이단렌회장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향후 아시아 중심의 경협을 위해 동양문화의 보편화에 노력하자는 한국측의제안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재계의 경협진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있다.최문호(崔文浩)미쓰비시(三菱)한국법인 사장은 『한국정부의 대한투자유인책등 지난1년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기업인은 한국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고 말한다.
부메랑효과를 몹시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인은 매우 정열적이고 확대지향적이다.일단 합작을 하고나면 이어 설비를 확장하려한다.』 崔사장의 설명이다.
어쨌든 이번 회의가 「친목일변도」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친목강화.논의구체화」로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은 소득이 아닐 수 없다. [東京=郭在源특파원.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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