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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사건, 메세나에 오히려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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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영주(66·사진)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이건산업 회장)은 최근 두어달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정아씨 가짜 학력 사건이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태동 단계에 있는 메세나 활동이 위축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국메세나대회’를 앞두고 19일 서울 양평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회장은 “신정아 사건은 우리 사회 메세나의 성격과 현주소를 다시 볼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씨 사건 이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다는 그는 “신씨 사건 이후 미술 전시회 등에 대한 단발성 지원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도 메세나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폈다. 메세나를 가욋일로 여기지 않고 본연의 활동으로 생각하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란다. 박 회장은 “신씨 사건은 기업의 문화 마케팅 활동이 장기적 포석 위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메세나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은 최근 메세나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의 도움을 받아 농민·군인·저소득층 등 문화소외 계층을 직접 찾아가 예술 공연을 하는 ‘찾아가는 메세나’를 펼치는 한편 예술단체와 후원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 운동도 벌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몫으로만 여겨졌던 문화·예술 지원을 중소기업으로까지 넓힌 것도 그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에서 비롯됐다. 중소기업이 소규모 공연단체를 위해 후원금을 내놓으면 그만큼의 지원금을 정부가 내놓는 ‘매칭펀드’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올해에만 27 쌍의 중소기업과 예술단체 결연을 이끌어냈다.

박 회장은 메세나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기(氣)를 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나름대로 문화지원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국민들은 잘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박수를 쳐줘야지 기업들이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하지 않겠어요.”

문화예술 지원을 위한 세제 지원도 박 회장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사업 관계자나 기업의 손님들을 공연 초대로 접대하는 이른바 ‘문화 접대비’의 손비 인정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가운데 문화접대비 지출이 3%를 초과하는 경우, 접대비 한도액의 10%만큼 추가 손비를 인정해 주는 제도를 9월부터 시행했지만 인정액을 과감하게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18년째 이건음악회를 무료로 개최하는 등 문화예술 애호가로도 유명한 박 회장은 가수 한대수씨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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