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아시아의고동>인도 7.강력한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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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적인 면방국가인 인도는 전국적으로 2천7백만추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공장당 평균시설은 겨우 2만5천추에 불과하다.영세해서가 아니라 노사분규로 한곳이 멈춰도 다른 곳은 계속 돌아가도록 조그맣게 여러개로 분산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복수노조가 허용돼 웬만한 기업에는 노조가 5~6개나 된다.그 가운데 공산당계가 가장 입김이 세다.또 정치적 목적의 분규도 많다.분규로 공장이 멈추는 것은 예사다.
그뿐 아니다.한번 회사를 차리면 발을 뺄 수가 없다.기업은 장사가 안되면 문을 닫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인도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하고 폐업하려면 정부의 허가와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인구는 많고 일자리는 모자라는 판에 노조가 응할 리 없고 정부가 허가해 줄리 없다.입구는 있는데 출구가 없는 셈이다.외국기업들은 퇴출규제를 풀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통하지 않는다.노동법은 56년 개정된후 줄곧 요 지부동이다.
우선 정부가 풀어줄 의사가 없다.또 노조가 완강히 버티고 있는데다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도 반대다.가난한 나라에서 대책없이 직장을 떠나게 할 수 없다는 사회복지차원의 배려가 물씬배어있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고용인은 갈 데가 없다.정부로서는 다른일자리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문을 닫게 내버려둘 순 없다』(싯다르타 베후라 공업부차관보).
또 고용후 1년이 지나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기업으로서는 불필요한 인력을 내보낼 수 없어 감량경영이 어렵다.
특히 인도 공기업들은 불필요한 인력을 먹여살리느라 번 것을 다 까먹을 정도다.
한 국영기업체는 세계은행에 차관을 신청했다 은행측으로부터 『1만5천명이면 충분히 운영되는데 직원이 7만5천명이나 되니 감원해야 돈을 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회사측은 감원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밀려 실패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산자야 바루 경제부장은 『아무 일도 안하는 인력이 2천~3천명정도 되는 공기업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걱정에 정부관리들은 『왜 노사문제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투다.특히 퇴출규제가 너무 과장돼 있다는 불만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므로 신규투자기업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새로 들어오는 외국기업들이 벌써부터 문닫고 떠날 방법을 궁리할 필요가 있는가』(프라디프 푸리 재무부 외국인투자국장).
외국기업과 손잡은 인도기업은 혹시나 합작이 깨질까 한 수 더뜬다.DCM현대의 세샤드리 지리달 공장장은 현대중공업 사태를 거론하면서 『노사분규로 말하면 한국도 심하지 않느냐』고 오히려되물었다.
한가지 희소식은 분규에도 나름대로 원칙은 있다는 점이다.무노동.무임금이 확립돼 노조가 파업중의 임금을 달라고 시비를 거는법은 없다.
또 파업을 해도 기물을 부수거나 공장을 점거하는 일은 거의 없다.공장밖에 모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정도다.그것도 「몇시부터 몇시까지」라고 딱 정해 놓고 한다.
동인석재의 1백% 투자기업인 디스코스톤의 전현구(全賢九)지사장은 『92년 두달간 파업이 있었으나 공장점거나 기물파손은 없었다』고 말했다.
[뉴델리=南潤昊특파원] ……………………………… ※인도전역을 위협했던 肺페스트 전염병관계로 잠시 중단됐던「인도시장」시리즈를오늘부터 30면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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