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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 시원한 대구 ‘따로국밥’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대구에 내려갈 일이 있어 이번에는 따로국밥을 제대로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착하자마자 출출해서 들른 곳이 62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일 따로국밥’집. 따로국밥의 시발지라는 곳이다. ‘국일’의 따로국밥은 파와 무, 양지와 선지가 들어 있었는데 다음날 먹은 ‘가마솥국밥집’의 소고기국밥은 선지가 빠져 있었으나 따로국밥과 다르지 않았다. 맨 마지막으로 들른 집에서는 바로 먼저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육개장이라고 불렀다. 재료가 좀 다르고 이름은 달랐지만 모두를 따로국밥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국밥이라는 말 자체가 신기하잖아요. 국에 밥을 말아 내는 ‘국밥’을 다시 국과 밥을 분리시켜 ‘따로’ 국밥이라는 말을 만들었으니까요.”

“어느 글에서 보았는데 대구에서 이전에는 국밥만 있다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인 외지인들이 들어오면서 국밥으로 먹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 때문에 국과 밥을 따로 내게 되어 따로국밥이 생겨났다고 하던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따로국밥’이라는 말이 대구에서 정착하게 되었다는 거야.”

“그렇게 보면 ‘따로국밥’이란 명칭은 조리하는 법이 아니라 주문하는 방식에 의해서 만들어진 말이네요.”

“하긴 그러네. 청진동 해장국밥집에 가서도 ‘따로’ 달라고 하면 해장국과 밥이 따로 나오고, 설렁탕의 경우에도 국밥식으로 내기도 하고 따로국밥식으로 내기도 하니까. 따로국밥이라는 말이 꼭 대구의 따로국밥만을 가리킬 이유가 없네.”

“그러니까 조리하는 방법에서 구별해야 하는데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사골과 양지머리를 넣고 고은 육수에 대파와 무를 넣고 고추기름을 둘러 내니 육개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서울식 육개장과 달리 고사리·토란대·숙주·버섯·계란 등을 찾아볼 수 없어요. 단순하죠. 게다가 양지는 찢어서 넣는 것이 아니라 썰어 넣는 것이 서울식과는 달라요.”

“결국 대구식 육개장이 따로국밥인 셈이네.”

“그렇게 볼 수 있죠. 선지와 양지를 넣은 육개장은 따로국밥이라 하고, 양지만 넣은 육개장은 육개장이나 소고기국밥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조리법에서 큰 차이가 없으니 넓은 의미로는 모두 다 따로국밥이라고 할 수 있죠.”

자료를 찾아보니 대구시에서도 10년 전에 따로국밥을 육개장형과 선짓국형으로 나누어 기존의 육개장과 따로국밥을 통합함으로써 따로국밥을 대구 전통 국밥으로 육성하고자 했다. 심지어 대구 앞산에 우거지선짓국을 잘하는 집이 있는데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나오는 이곳의 선지해장국도 선짓국형 따로국밥으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외지인인 피란민에 의해 생겨난 따로국밥이 대구 전통 국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조리법에 큰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맛이 제각각이다. 꾸밈이 전혀 없는 순박하고 시원한 맛이 있는가 하면, 좀 진한 듯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산뜻한 맛을 내기도 했다. 시뻘겋고 진한 국물의 서울식 육개장과는 분명 다른 맛이다.

서울에도 30년 넘은 따로국밥집이 있다. 명동의 ‘명동교자’ 바로 옆에 있는 ‘명동따로집’(02-776-2455)이다. 콩나물이 들어가 또 다른 따로국밥을 이루고 있다. 신사동 간장게장골목에 있는 ‘강남따로국밥’(02-543-2527)의 따로국밥도 콩나물이 들어 있는데 적당히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해장국으로는 그만이다.

맛있는 것 먹기를 낙으로 삼는 대학 미학과 선후배 김태경(이론과실천 대표)ㆍ정한진(요리사)씨가 미학(美學) 대신 미식(美食)을 탐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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