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학원의 부적절한 공생 관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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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06면

서울·경기지역의 외국어고와 학원은 강하게 얽혀 있다. A외고는 B학원이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고, C외고는 D학원 출신이 많은 식이다. 우선 학원 측은 특정 외고에 학원생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도록 한다. 특목고 입시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박모(50)씨는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학생은 이 외고에 가야 한다’ ‘이런 외고가 경쟁률이 낮을 것 같다’고 말해준다”며 “학부모들은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학원생 몰아주고 학교는 뽑아주고…

학원이 특정 학교에 몰아주기식 지원을 하도록 하면 외고의 입장에선 지원자 수가 늘어난다. 지원자 수가 늘면 경쟁률이 높아지고 그만큼 학교의 명성이 올라가게 된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외고는 특정 학원 출신을 많이 합격시킨다. 이번 김포외고 사건에서도 그대로 입증됐다.

입시 결과를 놓고 학원 측은 “우리 학원의 예상 시험문제 적중률이 높아서 합격자가 많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그리고 ‘외고입시 명문’이란 간판을 단다. 이듬해 우수 학생이 몰리게 되고 학원 측은 우수생을 뽑을 기회를 갖게 된다.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별도로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학교와 학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원 측과 외고 교사 간에 ‘부적절한 공생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때론 입시문제 유출 같은 극단적인 수법이 동원된다. 익명을 요구한 특목고 교장은 “교장으로 부임해 보니 우리 학교의 부장교사와 학원의 유착관계가 생각보다 심하더라”고 말했다. 사설학원의 입시 설명회에 현직 외고 교사가 버젓이 참석한다.

경찰 수사 결과 이번 입시부정 파문도 지난 9월 열린 목동 종로엠학원 입시설명회에 김포외고 입시홍보부장인 이모(51) 교사가 참석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종로엠학원 곽모(41·구속) 원장은 이 교사에게 “학원생들이 많이 지원하게 할 테니 시험문제를 보내줄 수 있느냐. 보내주면 후사하겠다”고 제안했고, 이 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학교·학원 간 유착을 통한 입시문제 유출이 어느 정도인지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 유출 대가로 보통 500만∼1000만원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브로커를 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학교 교사와 학원의 현금 직거래로 이뤄진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대일외고 김준식 교사(2006년 서울지역 공동출제위원)는 “서울은 교과목별로 각 학교에서 뽑힌 교사가 합숙하며 시험문제를 공동 출제한다”며 “합숙을 하기 때문에 비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초암학원 성민기 원장도 “이번 사건은 김포외고 교사와 목동 종로엠학원장 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청은 16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포외고뿐만 아니라 ‘A학교는 B학원’ 등과 같이 학원가와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특정 학교와 학원 간의 유착 의혹 쪽으로 입시비리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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