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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관할권 놓고 연방.주정부 대립-미국 통신법 개정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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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나침반」 없이 표류하던 미국 통신법개정이 최근 결국 상원에서 좌초됐다.미통신법 개정 무산은 통신사업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1934년이래 통신.방송을 지배해온 통신법을 개정하려던 민주당 홀 링스 상원의원은 지난달 23일 관련업계와 공화당측의 반대에 두 손을 들고자신이 만든 법안을 스스로 쓰레기통에 구겨넣었다.
이로써 60년만에 처음으로 크게 손보려던 2년간의 작업이 일단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제안자인 홀링스 의원은 시내전화회사와 CATV간 법적 장벽을무너뜨리고 전화사업자를 눌러왔던 갖가지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이번 회기안에 통과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왔었다.
당초 홀링스법안은 클린턴행정부가 야심만만하게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을 법적으로 지원할 의도로 시작됐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84년부터 금지된 시내전화회사의 다른 통신사업(장거리전화.유선방송.기기제조업)참여나 시내전화사업으로의 여타 사업자의 진입도 풀릴 전망이었다.그러나 이 법안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큰 골격보다 미묘한 점에서 여 러 이익단체의 반대에 부닥친 것.
가장 큰 반대 세력은 연방정부에 통신에 대한 규제관할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버텨온 주정부였다.주정부는 전화회사가 CATV사업,즉 화상서비스시장에 진입할 때 신규투자를 이유로 전화요금을 인상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강력한 소비자보호장 치가 없으면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반대는 시내전화를 맡고 있는 지역전화회사에 의해 이뤄졌다.이들은 이 기회에 자신에게 씌워진 규제의 멍에를 풀려는속셈으로 공화당 보브 돌상원의원을 통해 수정안을 올렸다.
현재 백악관은 회기안에 재상정되면 소생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물건너갔다는 것이 중론이다.전문가들은 홀링스법안이 무효화됨에 따라 기술개발이나 초고속정보통신망 계획을 위한 투자가 차질을 빚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홀링스법안의 폐기는 현재 전기통신관련법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그럴듯한 법개정을 위한 대의명분과 상관없이 관할권 다툼이 벌어지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최근 나타난 체신부.상공자원부.공보처간 정책갈등이 이런 맥락에서 파악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의견불일치도 무시할 수 없다.지방자치제와 행정구역 광역화를 목전에 둔 우리에게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는 얘기다.
법개정을 빌미로 사업자들이 보이는 이기적인 태도도 문제.한국통신.데이콤.한국이동통신등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민간기업들까지 규제해제등 통신사업구조조정 방향을 자사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만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민호 전 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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