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기준 모호한 규제 수두룩-학원 관계법령 문제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상위법과 시행령.규칙.조례가 서로 어긋나거나 담당공무원조차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관계규정이 복잡하다.
-담당공무원의 재량권이 커 민원소지가 상존한다.
-하위법령으로 내려갈수록 관계법령의 규제강도가 강화되는 반면이를 강제할 수단은 미미하다.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등 학원관계법규를한번이라도 살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난맥상이다.
서울 강동교육청 비리사건에서 드러난 학원부조리는 얽히고 설킨관계법령과 이에 따른 복잡한 업계의 이해구조도 한몫 거들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 어학원이나 속셈학원을 새로 차리려는 김모씨가 있다하자.김씨는 일정조건만 갖추면 등록이 되도록 한 법조항에 따라 관계서류를 준비해 교육청을 찾아갈 것이다.그러나 김씨는 쉽게 등록증을 손에 쥐지 못할게 틀림없다.
갖은 보완서류를 제출했다고 해도 담당공무원의 『조례상 교습 수요기준이 초과돼 등록을 수리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기 십상이다. 담당공무원에게 『객관적 교습수요 기준 근거를 대라』고 항의해봐야 『억울하면 행정소송을 내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실제로 소송을 통해 신규학원을 개설하는 사례가 상당수라는 점을 서울시교육청 사회체육교육국도 인정할 정도다.
업계에서 가장 말이 많은 입시학원 규정도 마찬가지.
관계규정을 충족시키는 입시학원을 내려면 최소한 본인소유를 원칙으로 한 건물 3백여평의 면적에다 시설비.강사선임료 등으로 기본자금 10억원을 들고도 빠듯하다는게 한 입시학원장의 증언이다. 실제로 관계법령을 살펴보면 대형규모가 아닌 입시학원 인가는 봉쇄돼 있는 셈이고 설사 자본이 있다 하더라도 판정기준이 모호한 각종 규제조항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소자본을 가진 학원업자는 브로커를 찾게되고 정식인가를 받기보다 주산.속셈.어학원등을 개설하거나 기존학원을 사들인뒤 설립목적을 어기고 불법과외를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단속기관과의 유착은 많을 수 밖에 없고 그나마 『배짱으로 버티겠다』는 학원에는 단속이 그리 두려운 것만도 아니다. 학원의 불법과외가 적발돼도 주의.경고가 태반이며 휴원조치라야 15일 정도를 버티면 된다.학원법에 따른 사법처리도 50만원이하의 과태료가 벌칙조항의 전부다.
관계공무원의 출입.검사를 방해 또는 기피해도 50만원 이하의과태료가 고작이다.
더욱이 교육청 공무원은 사법경찰권이 없어 『단속할테면 해보라』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강동교육청 단속공무원을 학원장이 가스총으로 위협한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따라서 전면 과외금지조치가 불가능할 바에야▲입시학원의 시설기준을 대폭 낮추거나 다양화해 대형입시학원외에 중.소형 입시학원의 설립을 양성화하고▲기술학원등 필요불가결한 일부 분야를 제외한 문리.예능.가정.사무분야 학원의 신규등록제한을 원칙적으로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물론 이같은 제안에 기존학원들의 반발이나 과외열풍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학원간의 자율경쟁을 유도해야만 시장개방을 앞둔 학원업계의 체질이 강화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만연된 학원-교육청 유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실효성없는 법령을 고집하기 보다 등록개방과 수강료 자율화등 「적자생존」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영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