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온천 관광지 벳푸의 지역민을 위한 온천시설은?

중앙일보

입력

일본 남쪽에 위치한 오이타현의 벳푸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그 작은 도시에 3.000개에 육박하는 원천수가 나온다니. 이 사실을 알고 보면 가정집이고 건물이고 도시 곳곳에서 온천 증기가 올라오는 것도 이상치 않다. 이런 천해의 자연환경으로 말미암아 벳푸에는 유명한 온천이 많고 온천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도 많다. 그런데 유명한 온천은 역시나 관광객 대상인 만큼 일상적으로 찾아가기에 가격이 만만치안아 보였다. 벳푸의 온천을 돌아보며 ‘온천이 이렇게 많은데 지역 민들은 오히려 온천을 즐기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벳푸를 돌아보며 현지인에게 물으니 현지민을 위한 온천은 관광객 대상 온천과는 다르게 서비스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 관광객은 잘 눈치챌 수 없는 지역민을 위한 온천은 어떻게 서비스 되고 있을까?

예를 들면 이렇다. 벳푸 시내에 있는 오래되고 유명한 한 여관을 보면 가운데에 정문이 있고 양 사이드에 두 개의 문이 있다. 오른쪽은 허름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문이지만 좌측에는 간판도 달려있고 좀더 깨끗한 문이다. 좌측에는 ‘고급 온천’ 이라는 간판도 달려있다.

그럼 이 여관에는 두 개의 온천이 존재하는 것일까? 정말 하나는 질이 나쁘고 하나는 고급인? 입구도 두 개, 접수대로 둘인 것을 보면 이 여관은 두 개의 온천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지만, 실상 두 문으로 들어가도 같은 온천을 경험하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좌측 문은 여행객이나 이곳에 투숙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우측은 지역민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우측의 온천은 시에서 지역민을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지역민을 위한 배려다.

또한 시내 곳곳에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오센’이라 하는 온천이 나온다. 지오센은 근처에 사는 사람만 이용하는 온천으로 한번 이용에 100엔 정도한다. 한 지오센을 보면 복잡한 골목 사이에 너비 0.5미터나 될 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사진참고) 지역민이 아니면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주인이나 이용하는 사람이나 서로 잘 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인이 식사를 하거나 외출을 할 때도 문을 열어두고 가면 이용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돈을 두고 간다고 한다.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역민을 위한 온천 시설을 돌아보며 벳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온천관광지로만 짧게 경험하지만 온천 문화를 잘 들여다 보면 벳푸 지역민의 삶도 보인다.

■ 협찬: 오이타현청, 벳푸시청, 유후인시청, (주)화인존
■ 자료제공: 일본전문포탈 화인재팬(Finejapan.joins.com)

조인스닷컴(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