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유럽을 주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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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일 「유럽의 수도」브뤼셀의 한 고급호텔에서는「對아시아 新경제전략회의」라는 주목할 만한 세미나가 열렸다.
유럽연합(EU)간부들과 지멘스.피아트등 쟁쟁한 유럽기업의 경영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시아시장을 공략키 위한 「합동작전」을구상하는 자리였다.
유럽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는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를 위해 EU집행위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등 한마디로 관민작전을 짰던 셈이다.
2백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룬 이날 회의에서는 그간 아시아를 과소평가한데 대한 반성도 쏟아져『이같은 회의는 20여년전 진작열렸어야 했다』는 한탄도 나왔다.
지난해의 경우 유럽의 대미(對美)무역 규모는 1천8백여억달러에 달했으나 아시아국들과는 무려 2천4백여억달러어치의 상품을 사고 팔았다.『아시아 투자에 성공하지 않는한 유럽은 21세기에가장 번영할 시장을 잃게 될게 확실하다』는 마린 부위원장의 연설처럼 아시아공략 실패는 장차 유럽의 몰락으로 이어질 거라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유럽의 주요 공략대상국중 하나다.EU는 지난해 「韓-EU관계 특별보고서」를 만들 만큼 우리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유럽간의 최근 관계를 들여다보면 마치「짝사랑」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말로는 외교 다각화를 외치면서 정부조차 아직도 미국.일본 일변도 의식에 젖어있는 듯하다.지난 여름 협상차 브뤼셀을 방문했던 한 고위관리는 자신의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다른 부처는 물론 통상(通商)다변화를 어디보다도 강조해야 할 외무부에서조차 아직도 유럽이라면 시큰둥한 분위기여서 애로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세계 경제 대전의 최후 승리자는 미국.일본도아닌 통합유럽이 될것이라고 『제로섬 사회』의 저자 레스터 서로교수는 예언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단일시장을 바탕으로 독일의 기술력,프랑스의 감각에다 영국의 자금력까지 합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될거라는 것이다. EU의 공세와는 대조적으로 지금처럼 對EU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수년내 우리도 이날 유럽인들이 했던 한탄을 되풀이하지말라는 법도 없을 성 싶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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