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대장금'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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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이 '대장금(大長今)'에 도전장을 냈다. 이를테면 '중국판 대장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모든 것은 대장금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제목부터 흡사하다. '대장금'의 '대'자를 따왔다. 주인공도 똑같이 의생(醫生)이며 여성이다. 연속극 제목은 '다궈이(大國醫)'로 정했다. '궈이(國醫)'란 '국가 최고의 의생'이라는 뜻이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국(CC-TV)은 중국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 쉬판(徐帆)을 이영애의 맞수로 내세웠다.

작품은 실제 인물 가오윈펑(高雲峰)을 모델로 삼았다. 극중에선 윈허밍(雲鶴鳴)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가오는 210년 전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의 핑러(平樂)마을에서 창업한 '접골의 신의(神醫:뛰어난 의사)' 궈샹타이(郭祥泰)의 5대(代) 전수자다. 아울러 궈샹타이 4대 전수자인 궈찬눠(郭燦諾)의 아내다. 남편에게서 아내에게로 비법이 전해진 것이다.

가오는 1911년 신해(辛亥)혁명 직후 중국이 내전에 휩싸였을 때 활약했다. 수많은 환자를 돌보면서 치료비는 물론 약값을 받는 일도 드물었다. 병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중국인들은 지금도 그를 성의(聖醫)로 추앙한다. 49년 공산 중국 건국 직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앞다투어 그를 만났을 정도다.

마오는 56년 특별 예산을 배정해 중국 최초의 접골전문병원을 만들어 가오를 초대 원장으로 초빙했다. 가오는 마오에게 접골대학 설립을 건의해 결국 마오의 허가를 받아 허난성 핑러에 대학을 세웠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 접골 전문의의 70% 이상이 핑러 출신이다.

'다궈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은 각별하다. 현재 산시(山西)성 위츠(楡次)에서 진행 중인 촬영 현장에 리징성(李京盛) 국가방송영화총국 연속극 관리부 부부장과 CC-TV의 황하이타오(黃海濤) 영상부 부주임이 직접 나타날 정도다. 국가방송영화총국은 국무원 산하 직속 기구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영상물을 총괄하는 곳이다. 이 총국의 고위 관계자가 TV 연속극 촬영 현장에 직접 나타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만큼 국가 차원에서 이 연속극을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 문화계의 한 인사는 "대장금 열기가 전 중국을 휩쓸면서 전통 의술인 중의(中醫)가 한국의 것으로 알려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대장금을 능가할 만한 대작을 만들어 중국 전통 의학의 존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CC-TV가 내년 초 방영한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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