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위장취업 부끄러운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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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5일 서울 노량진 고시원 밀집지역 인근의 한 분식집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과 실업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5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에 대해 "어쨌든 법을 어기는 일은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갔다. BBK 사건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와중에서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남대문 캠프 기자실을 찾아 이 후보의 약점을 다시 한번 짚었다. "(남북 문제에 있어 이명박 후보가) 애매모호하고 말을 달리하는 부분은 원칙과 철학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런 태도로는 국민이 안심하고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몰아붙였다.

이 후보는 또 오후에 한 택시회사를 방문해 "(이명박 후보를 보면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데 과연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고민했다"고 말했다.

캠프 분위기도 공세적이었다. 이혜연 대변인은 "불합리한 공격에는 정면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켜 반사이익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팀장 회의에서도 이명박 후보에 대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는 수준의 격한 발언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특히 이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가 무릎 꿇고 사과하고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는 성토가 잇따랐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내부적으로 '이명박 후보가 중간에 낙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감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흥주 홍보팀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공인은 주변 생활을 엄정하게 해야 하는데 남으로부터 지적을 받아서 시정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문제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에게 공개 서신을 보내 "이회창 후보에게 험담과 조롱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 걸 보니 측은하다. 국민의 선택권을 차단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취업 준비생 6명과 함께 점심으로 1500원짜리 잔치국수를 먹었다. 이 후보는 건축사 시험을 준비 중인 한 수험생에게 "나는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를 반대하는데 여러분은 (저를) 안 좋아하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운하가 아니어도 (건축사) 수요는 있다"며 이명박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강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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