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56) 서울 성북갑 민주당 강상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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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로 서울 성북갑에서 출사표를 던진 강상호(48)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열세에 몰린 여당이 신당 창당으로 상황을 극복하려는 건 낡은 정치의 전형”이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한국정당사에서 여당이 만든 신당들이 그런 길을 걸었습니다. 아니,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하고 짓누르려는 게 과연 개혁입니까? 타협과 발전적인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게 민주주의고, 참 개혁입니다.”

그는 또 ‘분권형 대통령제’로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대통령의 독선과 무책임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내각제와 대통령제가 혼합된 분권형 대통령제는 내각에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대통령의 임기보장을 통해 안정을 가져올 수 있죠. 분권형 대통령제가 정착되면 정당 정치가 활성화되고, 긴밀한 당정협의로 정책이 정당 차원에서 검증될 수 있습니다. 정책 정당의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죠. 이제 정당이 정치의 중심에 자리잡아야 합니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영입 케이스로 정치에 입문했다. 민주당을 선택한 건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남 출신 정치인을 대선 후보로 뽑은 민주당의 ‘국민통합’ 노력은 평가 받을 만합니다.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었습니다. 민주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죠. 또 분당 사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사람들이 의연하게 당을 지킴으로써 많은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햇볕정책을 꿋꿋이 지켜 낸 당입니다. 서민 속에서 정체성 찾아 온 민주당에서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발벗고 뛰겠습니다.”

강씨는 지난 20여년 동안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러나 그는 오랜 기간 정치를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때를 기다렸다고 했다. 사업을 한 것도 경제를 알아야 정치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 16대 총선 때도 정치권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 땐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고사했지만 ‘이제 때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전남 나주생으로 장성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 후 광주서중·일고를 졸업한 큰 형이 서울로 진학할 때 함께 서울에 왔다. 그 때 정릉에서 자취를 하게 되면서 지역구인 성북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고려대)까지 성북에서 다니게 돼 17년 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그는 지역구의 후미진 골목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조간신문을 배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배달소년 ‘53번’으로 불렸다는 그는 선거운동차 그 때 그 골목들을 누비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고 했다.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를 꿈꿨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엔 고 조윤형 의원이 길음시장 한복판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조 의원은 그가 발을 들여 놓은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형. 강씨의 유력한 경쟁자는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과 한나라당 정태근 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그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강씨의 일전은 장외 ‘고연전’ 인 셈이다. 사진은 미국 GAIN 사 장비 실험실에서 마이클 사장(왼쪽)과 포즈를 취한 강 대표(가운데).

“그 시절 추억의 골목길에 낡은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개발이 안 됐다는 증거죠. 성북은 서울의 대표적인 난개발 지역 중 한 곳입니다. 그에 따른 교통난, 교육 문제, 환경 문제 등이 심각합니다. 지역개발과 관련한 각종 규제의 해제가 관 주도로 이뤄 져,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구요. 이런 개발 계획엔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합니다. 개발사업을 기업에 맡겨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그는 본래 ‘지역대변자’보다 ‘국민대표자’로서 중앙 정치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루 에 10~15Km씩 지역을 누비며 주민들을 만나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역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선거’란 공간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절감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국제 감각을 갖춘 경제 전문가’로 불리기를 바랐다. 그는 일찍이 대학 시절 영국 옥스포드대와 일본의 주요 대학에서 연수했다. 또 모교인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독일 DEMAG GmbH 사출부문 한국대표, 독일 SIMAR 한국대표, 미국 GAIN TECHNOLOGIES사 한국대표를 맡아 실물 경제에 대한 식견을 넓혔다.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해 영어로 발제나 토론을 하면서 국제감각도 익혔다고 주장했다.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입니다. 정치도 세계화의 흐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죠. 그러려면 정치인들부터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국제적인 경험과 그에 바탕한 식견을 갖춘 저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정치인이라고 자부합니다. 기회를 주시면 우리 경제를 한 번 살려 보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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