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타의 힘’… 사진 한점 1억9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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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진작품 사상 최고가에 팔린 ‘온 에어 프로젝트: 뉴욕 타임스 스퀘어’(203.256.).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사진작가 김아타(51·사진)씨의 작품 14점이 미국 뉴욕에서 3일 만에 147만 달러(약 13억4000만원)에 팔렸다.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맨해튼 피어92에서 열린 ‘제1회 뉴욕 아시안 컨템퍼러리 아트 페어 (ACAF NY)’에서다.

판매 작품 중 ‘온 에어(On Air) 프로젝트:뉴욕 타임스 스퀘어’는 21만 달러(약 1억9000만원)에 매각돼 국내 사진작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금까지는 올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배병우씨 작품 ‘소나무’가 13만2000 달러(1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게 기록이었다. 최고가를 경신한 김씨의 작품은 타임스 스퀘어를 8시간 이상의 노출 작업으로 찍은 것이다. 이 기법을 사용하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과 자동차 등이 모두 사라진다. 시간 앞에서는 부질없는 존재의 본질을 표현한 작품이다.

 김씨는 아트 페어 첫날부터 기대 이상으로 작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3일 만에 판매를 중단시켰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뉴욕 현지의 미술품 딜러들이었다. 김씨는 “미술시장의 이상 과열로 갑작스럽게 많이 팔려나가는 것도 작가와 작품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판매를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김씨는 이미 발표한 ‘온 에어’·‘뮤지엄’ 시리즈 외에 최근 찍은 중국 시리즈 3점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출품 작품을 통해 중국의 거대한 스케일과 문화적 깊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ACAF 출품 차 뉴욕에 온 그는 “머잖아 인도 현지에서 새로운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2002년 세계적 권위의 사진전문잡지인 영국 ‘파이돈프레스’ 선정 세계 100대 사진작가에 뽑혔던 김씨는 그 이후 뉴욕타임스 등 해외 주류 언론의 격찬을 받았다. 그는 동양 철학에 바탕을 둔 정적이고 미니멀리즘적인 작품으로 비평가 및 콜렉터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올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의 작품을 구입, 소장 컬렉션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는 올 8월 동강 사진상을 수상하면서 상금 1000만원을 아프리카 구호단체에 전달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자신의 작품 12점을 동강사진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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